‘신당’의 역사 [세상읽기]

한겨레 2024. 3. 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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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3일 서울 종로구 재동 초등학교 담에 걸린 21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후보자 벽보 앞을 마스크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조국혁신당’이 최근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온 선거에서는 어떤 종류의 ‘신당’들이 있었으며, 이 정당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민주화 이후 역대 총선에서 후보를 내거나 정당 명부를 낸 정당들의 수를 기준으로 할 때, 분기점이 된 선거는 1988년 13대 총선, 2004년 17대 총선과 2020년 21대 총선이었다. 13대 총선은 1987년 민주헌법 채택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였다. 이 선거에서 후보를 낸 정당의 수는 모두 14개였다.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은 박정희-전두환 체제에서 집권당과 야당을 했던 정치인들이 모였던 익숙한 정당들이었던 반면, 13대 총선에서 처음 유권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신당들도 있었다. 한겨레민주당, 사회민주당, 민중의당, 기독성민당이었다. 앞의 세개 정당은 박정희-전두환 체제에서 사회운동을 했던 세력들이 모여 만든 정당이었고, 기독성민당은 기독교인들의 정치화를 표방했던 정당이었다.

1992년 14대 총선에 후보를 낸 정당은 6개, 13대 총선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13대 국회에서 원내 의석을 차지했던 정당들인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해 민주자유당을 만들면서 정당의 수를 줄였고, 13대 총선에 등장했던 신당들은 14대 총선까지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14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신당도 있었다. 1992년 12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현대그룹 총수 정주영씨가 만든 통일국민당이었다.

2000년 16대 총선에 후보를 낸 정당은 8개였고, 이 중에 새로운 세력들이 만든 신당으로는 ‘민주노동당’을 들 수 있다. 1997년 대통령선거에 앞서 ‘국민승리21’로 출발했던 이 당은, 노동조합과 농민운동, 도시빈민운동을 했던 세력들이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을 표방하며 등장했다. 민주노동당은 16대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실패했지만 17대 총선에서 10석의 의석을 얻으며 원내정당이 되었다.

17대 총선은 1인2표제가 처음 도입된 선거로, 이 선거에 후보를 낸 정당은 14개로 늘어났다. 새로 등장했던 신당 가운데 이후 연속성을 가졌던 정당으로는 기독당, 녹색사민당을 들 수 있다. 기독교 계열의 정당화 시도는 13대 기독성민당 이후 17대에 다시 등장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총선에 참여했던 우리나라 정당 명칭 가운데 ‘녹색’을 최초로 표방했던 녹색사민당은 17대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 ‘녹색당’이 새로 등장했고 20~21대 총선을 거쳐 22대 총선에서도 녹색당을 유지하면서 정의당과 선거연합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0년 21대 총선은 현행 제도인 ‘준연동형 비례제’가 최초 적용되었던 선거로, 이 선거에 참여했던 정당의 수는 41개, 직전 20대 총선 참여 정당 수보다 16개가 늘었다. 의석을 얻은 원내정당도 20대 국회 4개에서 21대 국회 7개로 늘어났다. 21대 새로 진입한 원내정당 가운데 시대전환, 열린민주당은 사라졌지만 기본소득당은 아직 당명을 유지하며 22대 총선에 참여하고 있다.

22대 총선에 몇개의 정당이 참여할지, 그 가운데 몇개가 원내에 진입할지는 알 수 없다. 선거 참여 정당들에 대한 호불호는 당연하고, 그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유권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선거에 참여하는 작은 정당들에 대해 ‘난립’ ‘자원 낭비’라는 비난을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세가지 이유에서 그러하다. 첫째, 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참여하는 건 민주주의에서 시민이 참정권을 행사하는 헌법적 권리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 둘째, 정당의 수가 늘어난다는 건 어쨌든 유권자들의 선택지를 넓혀주기 때문에 공공적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 21대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실패한 정당들을 지지했던 유권자 총수는 299만명, 전체 유효투표수의 11%였다. 셋째, 어떤 작은 정당들은 선거 경쟁 과정에서 큰 정당들의 정책 방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의제를 원내로 끌어들이는 순기능을 한다. 개별 정당 차원에서 작은 정당들은 명멸을 거듭하지만, 그 정당들이 내세운 의제나 정책은 족적을 남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은 정당들의 자극이 꼭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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