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90% 집단사직 찬성 가닥…의대생 집단유급 임박(종합)
의대생 유효 휴학 6000명 돌파…빅5 병원 신규 환자 안 받아
(서울=뉴스1) 이훈철 김규빈 남해인 한송학 조아서 한귀섭 장수인 남승렬 기자 = 의과대학 증원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한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의료 현장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미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대학 외 아직 집단행동 의사를 밝히지 않은 대학들도 사직서 제출에 90%가량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가에서는 의대생 유효 휴학생이 6000명을 넘어서면서 집단 유급 사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수 집단행동이 임박한 가운데 서울 빅5 병원은 신규 외래 환자를 받지 않고 있으며 지방에서는 대형 병원 대신 2차 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교수 집단행동 결정 D-1…사직 찬성 대세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14일 오후 온라인 회의로 교수 집단행동 방안을 논의하고 서울대·연세대·울산대 등 19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로 구성되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도 15일까지 각 대학·병원에서 교수들 뜻을 물어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한다. 각 대학에서도 사직서 제출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대학병원 교수들은 전날(13일) 총회를 열어 투표한 결과 90%의 찬성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원광대 의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설문 조사 결과 97.1%가 '전공의와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교수들의 개별적 의사로 사직서 제출 등의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교수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9.4%가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각 대학도 집단행동에 동참의 뜻을 밝혔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전날 비대위를 꾸리고,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동아대 의대 교수 170명도 이날 협의회를 구성하고 전국의대 교수협의회에 참가해 집단행동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은 전날 긴급 총회를 열고 오는 주말 동안 온라인 투표를 통해 사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울산의대 교수들은 지난 7일 집단사직을 결의했고, 서울의대 교수들도 오는 18일 사직서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의대생 유효 휴학 6000명 돌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이 6000명을 넘어서면서 집단 유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40개 의대에 휴학 신청 건수는 98건 늘어나 총 6051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대생 1만8793명의 약 32.2% 수준이다. 휴학계를 신청했지만 요건을 갖추지 못해 반려된 것을 고려하면 실제 휴학 의대생은 더 많을 전망이다.
휴학이 승인되지 않아 결석이나 수업 거부로 이어질 경우 '유급' 될 수 있다. 대부분 의대는 학칙상 수업일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유급이 되는 F 학점을 부여한다.
앞서 한림대 의대 본과 1학년 80여 명은 의과대학 측으로부터 수업 일수 미달 등을 이유로 유급 통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빅5 병원 신규 환자 안 받고…지방은 2차 병원 환자 몰려
전공의 이탈에 이어 교수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서울 대형 병원에서는 신규 외래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에 재직 중인 한 의료진은 "신규 외래 환자는 아예 받지 않고 있다"며 "통상 1~2개월 후 다음 내원 일이 잡히지만, 이번 사태(교수 집단행동)로 인해서 빨라도 4개월 뒤로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도 "전공의 집단사직 등으로 인해 일부 진료과는 신환(병원에 처음 오는 환자), 초진(해당 과에 처음 오는 환자)에 대해서는 4월 초중순까지 예약을 제한했다"며 "수술도 50%가량 줄어들었고, 병상 가동률도 60% 가까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방 2차 병원에는 환자가 늘어났다. 원주의 한 2차 병원은 외래 진료와 응급실 이용 모두 의료계 집단행동 전보다 10% 내외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강릉의 한 2차 병원도 외래 진료와 응급실 이용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병상 가동률은 평소보다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산부인과 교수는 "진료를 빨리 보길 원하는 환자에게는 2차 병원 방문을 권하고 있다"며 "3차 병원에서 시작한 의료대란이 2차 병원까지 번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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