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도, 임영웅도 상암行...경기장 측 “K팝 대중문화 시설 구축해야”

2024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여는 아이유, 임영웅, 세븐틴. 사진ㅣ스타투데이 DB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구전용경기장으로 축구행사 개최가 운영 원칙입니다. 활발한 대중문화가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용도에 맞는 시설이 구축돼야 합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운영처 관계자는 K팝 아티스트들의 공연 개최 관련,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이같이 말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국내 공연장 실정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형 가수들의 콘서트가 음악 전문 공연장이 아닌 스포츠 경기장에서 개최되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탓을 할 수 없다. 그들의 수많은 팬덤을 수용하지 못하는 국내 공연장 실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올해만 국내를 대표하는 세 아티스트가 축구 전용 경기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그룹 세븐틴이 4월 27~28일, 가수 임영웅이 5월 25~26일, 가수 아이유가 9월 21~22일 이틀씩 콘서트를 개최한다.

공교롭게도 아이돌 그룹, 남·녀 가수 등 각기 다른 장르와 형태의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꾸민다. 이렇듯 현재 국내 대중음악은 다채로운 형태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고 그 인기도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 국내 팬들만 신경써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해외 팬들의 유입도 무시할 수 없으며 이는 관객의 증가로 이어진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 6000석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수용 인원이 많다. 공연 형태 관객석으로는 4만 5000석 가량 수용 가능하다. 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을 관객 수도 그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이 많은 인원들이 경기장에 들어설 경우 축구 경기가 펼쳐져야 할 경기장 잔디는 훼손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운영처 관계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되는 문화행사의 경우 대관공고 시에 잔디훼손 관련 유의사항을 담고 있는 잔디 그라운드 사용 매뉴얼을 사전안내 및 공지하고 있다. 또 잔디훼손에 따른 원상복구 사전 동의제도도 병행하고 있다”며 “아울러 공연무대 설치 및 공연진행시에는 불필요한 잔디그라운드 출입을 제한하는 등 행사 전 과정에 걸쳐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한 철저한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세 공연이 개최되는 기간이 모두 국내 프로축구(K리그)가 시즌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잔디 관리를 한다 해도 시즌 중 복구가 완벽히 된다는 건 불가능하다. 프로 축구 경기에서 잔디 상태는 경기 수준과 질을 달리 할 수 있는 중요 요소다. 실제로 서울월드컵경기장 측은 지난 2021년 무려 10억 월 들여 하이브리드 잔디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2년 뒤인 지난해 8월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 개최라는 난관에 부딪히며 축구팬들의 원성을 샀다. 잘 관리되던 잔디가 K팝 콘서트라는 대중문화 행보에 일격을 받은 셈이다.

2023년 8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즐기는 잼버리 대원들. 사진|강영국 기자

잼버리 사태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 잔디 원상 복구 예산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운영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아티스트 공연들 역시 잔디 훼손에 대비한 세부사항에 대해 주최 측과 심도있게 협의한다는 입장이다. 얼마나 프로 경기 진행에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연 관계자들은 “이런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공연 전문 아레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인천 영종도에 공연 전문 시설인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개장하면서 약간의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리조트 기반으로 구축된 엔터테인먼트 시설로써 1만 5000 석에 그친다. CJ그룹이 경기도 고양시에 추진한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인 ‘CJ라이브시티’가 모습을 드러냈으나 현재 일시적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4만 명 이상 규모를 수용 가능한 ‘CJ라이브시티’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느껴지는 순간이다.

K팝이 갖는 영향력이 매년 급 성장하면서 그 규모도 커지는 모양새다. 음악과 공연은 필연적 요소다. 좋은 음악을 직접 눈과 귀로 듣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의 욕구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시켜줄 대형 공연 전문 아레나는 K팝 팬들은 물론 대중문화 성장에 큰 역할을 책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