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롤모델'과 붙어봤다, 이젠 오타니 차례…'전력투구 예고' 두산 에이스 "힘 안 들어가면 못 이겨요"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힘이 안 들어가면 못 이겨요. 전력으로 던져야죠"
두산 베어스 곽빈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투구수 27구,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 정규시즌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곽빈은 이날 투구수에 제한을 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이유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연습경기에 출전하는 '팀 코리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까닭. 곽빈이 어느 경기에 나서게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짧은 이닝이라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곽빈은 1회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경기를 출발했다. 다소 불안한 스타트였지만, 그래도 실점은 없었다. 곽빈은 최원준의 땅볼 타구에 선행 주자를 잡아냈고, 이어 나온 김도영을 병살타로 묶어내며 깔끔하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2회에는 선두타자 나성범을 삼진 처리한 뒤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최형우를 좌익수 적선타로 묶어내며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곽빈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박신지는 후속타자 김선빈을 3루수 땅볼로 잡아냈고, 마침내 곽빈의 투구도 실점 없이 매듭지어지게 됐다.
당초 곽빈은 1이닝만 던질 예정이었는데, 1회 투구수가 많지 않은 까닭에 2회에도 등판해 15구만 더 던지기를 희망했다. 경기가 종료된 후 취재진과 만난 곽빈은 "원래 1이닝을 던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1회에 투구수가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 조금 더 실전 감각을 키우고 싶어서 2회에 15구 정도만 더 던지겠다고 했다. 물론 볼넷이 있었지만, (양)의지 선배가 '공의 회전이 캠프 때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고 하셔서 만족하는 투구였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잠시 두산을 떠나 '팀 코리아'에 합류하게 된 곽빈. 만약에 맞대결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팀과 붙고 싶을까. 그는 "모두가 다저스라고 할 것"이라고 웃으며 "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타니)가 워낙 대형 선수이고, 야구 선수라면 맞대결을 모두 꿈꾸는 선수다. (서울시리즈 연습경기가)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많이 던지지 않아도,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수들과 승부를 한다는 것에서 자신감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곽빈은 지난해부터 본격 국제대회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시작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까지 총 세 차례 국제대회 무대를 밟으면서,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중. 특히 지난 3일 일본 후쿠오카 PayPay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 1군과 스페셜 매치에서도 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곽빈은 당시 2루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인해 2이닝 동안 투구수 38구, 3피안타 2볼넷 2실점(2자책)을 기록했지만, 경기가 종료된 후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한 소프트뱅크의 '간판타자' 야나기타 유키'는 곽빈에 대해 극찬을 쏟았다. 당시 곽빈은 야나기타에게 첫 타석에서 볼넷을 내줬으나,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포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해 내며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야나기타는 "선발 투수(곽빈)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직구는 빠르고, 커브의 각도도 정말 좋더라"며 "아직 젊은 투수라고 들었는데, 점점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곽빈의 재능을 인정했다. 곽빈은 '야나기타의 인터뷰를 봤느냐'는 질문에 "봤다"고 수줍게 웃으며 "인생의 업적을 남긴 것 같다. 특히 놀랐던 것이 그동안 나를 보지 못했던 선수 아닌가. 그런데 두 번째 타석에서 커브를 노려서 풀스윙을 돌린 것에서 굉장히 놀라웠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간 공이었는데, 만약 야나기타가 노려서 타이밍이 맞았다면, 아직까지 공이 날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야나기타와 한차례 맞대결을 펼쳤던 만큼 곽빈은 팀 코리아에서는 오타니와 대결을 희망하고 있다. 그는 "WBC 이후로는 대결을 가질 기회가 없을 줄 알았다. KBO에서 이벤트를 잡았을 때부터 뽑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힘이 안 들어가면 못 이긴다. 전력으로 던져야 할 것 같다"며 '오타니에 비해 고척이 익숙하지 않느냐'는 말에 "오타니 앞에는 그런 거 없다. 너무 잘하는 선수라 부담이 되고 존재 자체가 불편하다. 그래도 맞아도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단 곽빈의 시즌 준비 상황은 매우 좋다. 사령탑은 "곽빈의 컨디션은 정말 좋다. 지금의 이 상태만 잘 유지하고,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성적은 지난해 이상의 성적이 보장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곽빈 또한 "이번 캠프에서는 몸 컨디션도 항상 괜찮았다. 이제 잘 준비해서 루틴대로만 잘 가져간다면, 시즌을 잘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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