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이어폰, 아무거나 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스마트폰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연결했는데, 이어폰 제조사가 배포한 앱을 실행하자 특이한 설정이 눈에 들어왔다. 목적에 따라 연결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옵션이었다. 옵션 종류는 이어폰마다 달랐다. 어떤 제품은 '일반'과 '저지연' 모드를 지원했고, 고가 이어폰 중에는 '고해상도'나 '무손실' 옵션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세 정보를 확인해 보니 옵션에 따라 사용하는 블루투스 코덱이 달랐다.
몇 년 전만 해도 블루투스 이어폰 코덱이라 하면 안드로이드는 SBC, 애플은 AAC라고 할 정도로 간단했다. 음질에 신경 쓴 이어폰이 퀄컴 aptX 코덱을 추가로 지원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과거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필요하면 아무 제품이나 구매해도 사용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출시한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매하려면 신경 써야 할 점이 생겼다. 다양한 코덱을 지원하는 제품이 늘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사용한 SBC·AAC·aptX는 기본이고 LDAC·LHDC·LC3 같은 코덱도 종종 보였다. aptX도 특징에 따라 aptX LL(Low Latency), aptX HD, aptX 라이브, 인핸스드 aptX 등 수많은 종류로 나뉘었다.
예전처럼 아무 제품이나 구매했다간 이어폰의 본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코덱마다 강점을 발휘하는 분야가 다르고, 때때로 특이한 기능을 지원하는 코덱도 있기 때문이다. 주요 코덱의 특징을 알아두면 앞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매할 때 사용 목적에 따라 적합한 제품을 고르기 쉬워질 것이다.
코덱마다 장단점 나뉘어, 특징 살펴보니
평소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할 때 소리가 화면보다 한 박자 늦게 들려 불편했다면 저지연 코덱을, 무손실 음원을 감상한다면 고음질 특화 코덱을 탑재한 제품으로 바꿔 보자.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매할 때 해당 제품이 지원하는 코덱을 보고 사용 목적에 어울리는 제품인지 알 수 있다.
①LDAC
LDAC는 소니가 개발한 고음질 음원 전송 코덱이다. 전송률을 330kbps, 660kbps, 990kbps까지 3단계로 조절하는 기능이 내장됐다. 전송률이 높을수록 한 번에 보내는 데이터가 많아 고음질 음원을 재생하기 적합하다. LDAC는 최대 24비트 96kHz 음원까지 지원해 기존 코덱보다 나은 품질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고음질 코덱 중에서는 LDAC와 호환되는 이어폰과 스마트폰을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른 고음질 코덱보다 먼저 등장했고 안드로이드 8 운영체제부터 기본 코덱으로 탑재된 덕이다. 단점은 전송률을 올렸을 때 지하철역처럼 혼잡하거나 전파 방해가 심한 장소에서 연결이 잘 끊긴다. 전송률을 자동으로 조절하지는 못하다 보니 사용자가 주변 환경에 따라 직접 바꿔야 하므로 번거롭다.
②LHDC·LLAC
LHDC는 중국 반도체 제조사 사비테크(Savitech)가 개발한 고음질 음원 전송 코덱이다. LDAC처럼 전송률을 400kbps, 560kbps, 900kbps까지 3단계로 조절하며 최대 24비트 96kHz 음원을 전송한다.
LLAC는 LHDC에서 최대 전송률을 낮추고 지연 시간을 줄인 버전이다. 전송률은 400kbps와 600kbps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최대 24비트 48kHz 음원 전송을 지원한다. 지연 시간은 30밀리초(ms)로,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실사용 환경에서 잘 체감되지 않는 수준이다.
사비테크도 소니처럼 구글에 라이선스를 일부 개방해, 안드로이드 10 이상 운영체제를 탑재하는 제조사는 LHDC와 LLAC 코덱을 탑재할 수 있다. 2018년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를 중심으로 고해상도 무선 오디오(HWA) 연합이 만들어졌으며 LHDC를 표준 코덱으로 채택했다.
아스텔앤컨, 오디오테크니카, 젠하이저, 피오(FiiO), QCY 등 유명한 음향기기 브랜드가 HWA 연합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국내에서 LHDC 코덱이 탑재된 제품을 찾기란 요원하다. 간간이 중국산 DAP나 이어폰에서 발견될 정도다.
③LC3
LC3는 블루투스 5.2 버전부터 도입한 LE 오디오 프로토콜 전용 코덱이다. 이론상 지연 시간이 3~5ms로 매우 짧고 압축률이 높아 차세대 블루투스 기본 코덱으로 거론된다.
전송률은 최대 345kbps로 고음질 음원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기존 코덱보다 압축률이 좋아 한 번에 더 많은 정보를 보낸다. 이 장점을 살린 기능으로 '오라캐스트(Auracast)'가 있다. 기기 한 대에서 여러 음향기기에 같은 음원을 동시에 송출하는 기능이다.
LC3는 비교적 최근에 상용화되기 시작해 지원 기기를 찾기 어렵다. 일부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LC3를 지원하지만 오라캐스트를 사용할 때만 활성화된다. 혹은 스마트폰에 연결할 음향기기가 LC3 외에 SBC·AAC·aptX·LDAC 코덱을 아무것도 지원하지 않아야 한다.
④aptX 파생 코덱
aptX 파생 코덱은 앞이나 뒤에 붙은 글자로 특징을 짐작할 수 있다. aptX LL(로우 레이턴시) 코덱은 지연시간을 40ms 정도로 줄였고, aptX HD는 24비트 48kHz 고음질 음원 전송을 지원한다.
스마트폰이나 이어폰에 aptX 계열 코덱을 탑재하려면 퀄컴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인증받아야 할 코덱 종류가 늘어나자 기기 제조사에서 aptX 계열 코덱을 잘 탑재하지 않게 됐다. 그러자 퀄컴은 기존 코덱을 한데 묶은 aptX 어댑티브(Adaptive)를 출시했다. 연결 상태나 주변 상황에 따라 aptX LL이나 aptX HD 중 적합한 코덱으로 연결하는 통합 코덱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8 Gen 1 이상 프로세서를 탑재한 기기는 aptX 어댑티브를 통해 'aptX 로스리스(Lossless)'라는 코덱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고음질 음원 전송에 주력한 코덱으로, 16비트 48kHz 음원까지 지원하지만 최대 전송률은 1.4Mbps로 다른 코덱보다 월등히 높다.
아쉽게도 aptX 파생 코덱도 국내에서는 사용해 보기 어렵다.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을 거의 독점한 삼성전자가 aptX 어댑티브를 비롯한 코덱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 목적별로 가장 적합한 코덱은?
국내에서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가장 호환성이 좋은 코덱은 여전히 SBC·AAC·aptX다. 세 코덱 모두 삼성 스마트폰이 기본으로 지원하며, 시중에 판매 중인 블루투스 이어폰도 대부분 이 코덱을 지원하므로 호환성에 신경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단, 아이폰은 AAC 코덱만 지원한다.
고음질 음원을 감상하려고 이어폰을 구매한다면 △LDAC △aptX HD △aptX 어댑티브 △aptX 로스리스 코덱이 탑재됐는지 확인해 보자. LHDC 코덱도 고음질 음원을 지원하지만 국내에서 호환 기기를 찾기 매우 어렵다.
FPS나 리듬 게임처럼 소리가 바로 들려야 하는 모바일 게임을 즐겨한다면 지연 시간이 짧은 이어폰을 골라야 한다. △aptX LL △LC3 코덱을 탑재한 이어폰을 사용하면 소리 싱크를 수동으로 조절하지 않아도 큰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단, 스마트폰도 해당 코덱을 지원해야 하는데 국내 제품 중에는 찾기 어렵다.
정리해 보면 현시점에서 LDAC를 제외한 최신 고음질 코덱을 스마트폰으로 사용하긴 어렵다. 음악 감상용 DAP나 중국제 스마트폰을 해외 직구할 수밖에 없다.
음원을 전송하는 소스 기기가 컴퓨터라면 선택폭은 좀 더 넓어진다. aptX 어댑티브를 지원하는 블루투스 동글이나 외장 사운드카드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윈도우 운영체제에 특정 드라이버를 설치해 AAC·aptX·LDAC 코덱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있다.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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