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 빠진 의료기기 이제는 상상 못해”
1350여개 기업, 3만5000개 품목 전시
지난해 대비 수출계약 배 이상 늘어
국내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인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 2024′가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막을 올렸다.
이날 개막식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이지만 이미 오전 9시를 넘긴 시간부터 행사장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입구에서 등록을 기다리는 대기 줄이 수십 미터에 달했다.
17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1980년 처음 열렸다. 올해 행사에는 국내외 1350여개 제조사가 참가해 융복합 의료기기, 병원설비, 의료정보시스템, 헬스케어·재활 기기, 의료 관련 용품 등 3만5000개 품목을 전시 한다.
기자가 둘러본 코엑스 전시장 1층과 3층의 A·B·C·D·E홀은 물론 전시장 밖 로비에도 부스로 가득 찼다.
행사 첫 날이어서 그런지 평일이지만 이날 오전 시간부터 전시장은 부스를 찾은 업계 관계자와 외국인 등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대학 관련 전공 학생들과 의료 산업 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들도 단체 견학을 오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는 특히 4차 산업혁명의 기반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의료기기가 대거 선을 보였다. 특히 AI와 융합한 의료기기가 눈에 많이 띄었다.
행사장엔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부터 중견기업과 신생 바이오벤처 등 다양한 기업들이 부스를 차렸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강원특별자치도,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KMDF) 등 공공기관 부스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는 이동이 가능한 포터블(portable) 디지털 엑스레이와 AI를 탑재해 태아의 머리·허리 둘레 등을 자동 측정하고 신체 내부까지 관찰할 수 있는 프리미엄급 초음파 기기를 내세웠다. 대표적인 AI 의료기기 기업 루닛도 흉부·유방 영상진단 솔루션을 전시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의 디지털 헬스케어 홍보관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의료시스템 해외 진출 지원사업에 선정된 의료기기 업체 3곳 모두 AI를 활용한 첨단 기기를 뽐냈다.
지난 2017년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프로그램 C랩에서 출발한 픽셀로는 AI를 기반으로 한 시력 측정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키오스크에 달린 카메라에 눈을 맞추면 시력과 노안 정도, 황반변성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메디팜소프트도 AI로 심방세동·빈맥·서맥 등 부정맥 질환을 분석할 수 있는 심전도 검사 기기를 전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격 진료 기기로 허가받은 만큼 일상생활 중 언제든 심전도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더스의 웰니스고는 AI가 카메라로 혈류에 따른 얼굴색 변화를 감지해 호흡수·맥박수·스트레스 지수를 진단할 수 있다.
범부처 사업단은 올해 10대 대표 성과로 선정된 사업들을 부스에 전시했다. 인공 달팽이관(와우)의 국산화를 넘어 세계 최초 대량 생산 체계를 확립한 토닥, 세계 최초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접목해 폐암 진단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진단키트를 개발한 진씨커도 모습을 보였다.
또 메디컬아이피는 세계 최초로 증강현실(AR)과 3차원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수술 내비게이션을 구현한 기술을 선보였다. 메디컬아이피의 관계자는 “수술 내비게이션이 서울대 의대에서 카데바(의료 실습용 시신) 대용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노펙스는 국내 최초의 원격 모니터링 이동형 혈액투석 의료기기를, 아이센스는 현재 전량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패치형 연속혈당측정기(CGM)를 국산화해 선보였다. 큐리오시스는 암 조직 세포를 별도로 가공하지 않고 영상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메디픽셀은 심혈관 다중융합영상 AI 솔루션에 혈관 내 초음파 영상을 융합한 새 기술을 공개했다.
이밖에 코스닥 상장 1호 의료 AI기업 제이엘케이는 뇌경색 진료 소프트웨어를, 엔젤로보틱스는 착용형(웨어러블) 보행 재활 로봇, 큐라코의 스마트 배설케어시스템 등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회에는 GE 헬스케어 등의 다국적 기업과 주한영국대사관, 주한캐나다 퀘백대표부도 자리를 함잡았다. GE 헬스케어의 경우 바로 옆에 부스를 마련한 삼성전자나 LG전자보다 더 많은 관람객이 관심을 끌었다. 영국대사관 관계자는 “영국은 의료기기와 생명과학을 선도하는 국가”라며 “이번 전시회에서 디지털 헬스, 혈역학 모니터링, 의료 기기 규제·품질 관리, 항암 치료 기술, 진단 시스템 개발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가는 영국의 5개 기업을 소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사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흥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였으나, 오늘 같아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IMES 기간 중에는 전시회 외에도 190여개의 세션에 이르는 콘퍼런스가 열리고 코트라(KOTRA)와 함께 ‘2024 글로벌 의료기기 수출상담회(GMEP)’도 열린다. 14~15일 열리는 수출상담회에서는 국내 기업 320여개사와 40개국 140개사의 해외 바이어가 모여 상담을 벌인다.
범부처 사업단도 이번에 선정된 10대 대표성과 선정 기업들이 주로 참여했다. 14일에는 17건, 1000만달러(약 131억8000만원)의 수출계약 실적을 올렸다. 코트라 관계자는 “지난해 계약 건수는 10건이 채 되지 않았고, 계약 금액도 5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것을 고려하면 건수와 계약 금액 모두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며 “올해 상담회에 참여한 기업들이 내년과 내후년에 더 좋은 수출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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