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도 여성 징병제 도입… “전쟁 피하기 위해 재무장”
덴마크가 남성에게만 있는 병역 의무를 여성에게도 부과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커진 안보 위기에 대응하고 성 평등도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징병 대상을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으로까지 확대하고, 최소 복무 기간도 현행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덴마크에서 18세 이상 남성들은 의무 입영 대상이다. 군 복무 기간은 병과나 보직에 따라 통상 4~12개월이며, 특수 임무의 경우 24개월까지 복무한다. 다만 입영 대상자에 비해 병력 규모가 적기 때문에 추첨을 통해서 실제 입영자를 추리고 있다. 여성의 경우는 군 복무는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덴마크는 2만여 명의 정규군과 7만여 명의 민방위군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 중 여군 전력 비중이 4분의 1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는 남녀 모두 징병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내년까지 병역법을 개정한 뒤 2026년부터 징집병 숫자를 현재의 47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병역법 개정을 주도한 프레데릭센은 덴마크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로 2019년 취임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집권 사회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유지해 왔던 중도좌파 노선에서 벗어나 강경한 이민정책을 유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앞장서는 등 사안에 따른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레데릭센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성 징병제 도입의 근거로 ‘안보’와 ‘성평등’을 내세웠다. 그는 “덴마크가 재무장하려는 것은 전쟁을 원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남녀 간의 완전한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덴마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러시아가 우리를 위협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트로엘스 룬드 폴센 국방장관은 “완전한 성평등에 기반한 강력한 징집은 국방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덴마크의 병역 개정안이 실현되면 2015년 노르웨이, 2017년 스웨덴에 이어 유럽 내 세 번째 여성 징병 국가가 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이스라엘, 모로코, 튀니지, 에리트레아, 말리 등 10여 국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도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1949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립 멤버인 덴마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군비 확충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국방 예산을 늘리기 위해 300년 넘는 전통의 기독교 기념일인 ‘위대한 기도의 날’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이날 하루를 더 일해 얻는 경제적 이득을 나토가 제시한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 목표(2% 이상)를 맞추는 데 쓰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4%였던 이 비율을 목표치인 2%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위해 향후 5년간 59억달러(약 7조7800억원)의 국방비를 증액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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