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개발 사업’, 민주당 ‘윤석열 정부 실정’ 강조[총선 10대 공약]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4·10 총선 10대 공약이 공개됐다. 양당은 공히 저출생과 기후위기 해결, 서민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힘은 인구부 신설, 늘봄학교 무상화, 재형저축 재도입 등 새로운 제도·시스템에 초점을 맞췄다면 민주당은 월 20만원 아동수당, 신혼부부 1억원 대출, 전세사기 피해자 선구제 등 과감한 현금성 정책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철도·고속도로 지하화, 광역철도(GTX)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내세운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사면권 제한, 연구개발(R&D) 예산 5% 확보 등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강조해 정권심판론을 띄우는 공약에 포인트를 뒀다.
양당 모두 저출생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했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달랐다.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해 인구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초등학생 방과 후 보육을 담당할 늘봄학교를 무상화하고, 아빠 유급 출산휴가 1개월을 의무화하는 등 시스템 도입에 주력했다. 민주당은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하고 첫 자녀 출산 시 무이자, 둘째 출산 시 원금 50% 감면, 셋째 출산 시 원금 전액 감면 혜택을 주는 등 과감한 현금 지원책을 내놨다. 아동수당도 18세까지 월 20만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기후위기 대책에서 국민의힘은 재생에너지(태양열·풍력·수력) 전환을 추진하되 소형원전(SMR) 지원으로 원자력 경쟁력을 함께 키운다는 입장이다. 기후위기대응기금 규모를 확대하고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지역 지원 특별법도 약속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아 원자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려 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을 현재의 3배로 늘리겠다고 했다.
서민·어르신 공약으로 국민의힘은 재형저축 재도입, 예금자보호한도 상향(5000만원→1억원), 경로당 주7일 점심 제공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가 먼저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월 3만원 청년패스, 월 5만원 국민패스, 무상 어르신 패스 등 교통비 절감 패키지도 내놨다.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공약은 양당이 모두 내걸었다. 세부적인 차이를 좁히면 총선 후 입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에 지나친 부담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당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공약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추진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한국형 제시카법’(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 운영 시설 등으로 지정) 등 처벌 강화책을 시민 안전 대책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기본’ 시리즈 일환으로 기본주택 100만호 조성을 약속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에서 시행했던 지역화폐 발행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총선의 키를 쥔 수도권을 겨냥해 철도·고속도로 지하화, 광역급행열차 도입을 내걸었다. 한 위원장이 추진하는 경기도 인접 도시(김포·구리·고양 등)의 서울 편입, 신도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도 있다. 여기엔 교통·인프라 격차 해소라는 명분이 걸렸지만, 2008년 총선의 ‘뉴타운 열풍’처럼 주민들의 개발 욕구를 자극하는 득표 전략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부각해 정권심판론을 띄우는 공약을 대거 내놨다.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논란이 된 점을 의식해 R&D 예산을 국가 예산 대비 5%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과도한 야당 수사, KBS 등 공영방송 장악을 고려한 듯 검찰개혁 완성,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도 내걸었다. 한·미·일에 치중된 외교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며, 주변 4강 외교 배편, 당당한 대일외교를 공약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정치개혁안으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사면권의 한계를 명문화하겠다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9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김태우 전 구청장을 사면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나가게 하는 등 문제가 됐던 사안이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 정책의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청사 세종 이전이나 차별금지법, 경제민주화 등 논쟁적인 공약도 적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큰 어젠다에서 한 발짝 더 나가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도 있고, 한국 사회가 고도화·선진화돼서 선택지가 좁아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이재명, 김혜경 선고 앞두고 “희생제물 된 아내, 죽고 싶을 만큼 미안”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또 아파트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에…주민 수십명 대피
- [단독]“일로 와!” 이주노동자 사적 체포한 극우단체···결국 재판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