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 좀 줘” 말하니 로봇이 사과를 집어 건넸다
“헤이 ‘피겨 01’, 지금 뭐가 보여?”
한 사람이 인간의 신체 형태를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 01’에게 묻는다. 로봇은 “테이블 가운데 놓인 접시 위에 빨간 사과가 있고, 컵과 접시가 있는 건조대가 있고, 당신은 테이블 위에 손을 얹고 근처에 서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 “먹을 것 좀 달라”고 하자 로봇은 사과를 집어 건넸다. 사람은 쓰레기가 담긴 봉지를 테이블 위에 놓으며 “쓰레기를 치우면서 네가 방금 한 일을 설명해달라”고 했다. 로봇은 바구니에 쓰레기 봉지를 주워 담으며 말했다. “테이블 위 물건 중 사과가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어서 당신에게 사과를 줬다.”
인간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면서 요구받은 일을 척척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피겨 AI’(Figure AI)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 AI와 협업한 로봇 ‘피겨 01’의 시연 영상을 1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영상 속 로봇은 논리적으로 행동했다. 먹을 것을 달라는 사람이 사과를 지목하지 않았는데도 사과를 건넨 건 스스로 테이블 위에 놓인 물체 중 사과가 유일한 식품이라는 점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로봇은 “네 앞에 있는 접시들은 어디로 가야 할 것 같나”라는 질문에는 “테이블 위에 있는 접시와 컵은 건조대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것들을 옮겨달라는 요구를 받자 사람처럼 접시와 컵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포함해 동작이 자연스럽다.
영상에 함께 등장한 코리 린치 피겨 AI 수석 엔지니어는 자신의 엑스 계정에서 “우리는 오픈AI와의 협력 덕분에 피겨 01과 완전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로봇은 시각적 경험을 설명하고 다음 행동을 계획하고, 기억을 반추하고, 추론을 구두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벤처비트는 “피겨 01 시연 비디오는 휴머노이드, 범용 로봇 상호 작용에서 중요한 도약으로 보인다”며 “로봇이 사람과 상당히 자연스럽게 상호 작용하고, 사람에게 복종하고, 원하는 것을 직관하고, 과거 다른 회사가 보여준 것들보다 훨씬 더 원활하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피겨 AI는 2022년 테슬라와 로봇 전문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앞서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등으로부터 6억7500만달러(약 89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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