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 한섬, '해외·신사업'에서 돌파구 찾는다
수입 패션 포트폴리오 확대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 한섬은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해외 패션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면서다. 한섬은 자체 브랜드의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화장품, 주류 복합 매장 등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국내 패션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만큼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선 셈이다.
영업이익 급감
한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5289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감소했다. 한섬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3년만이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0.3% 줄어든 1005억원에 머물렀다.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내 패션 시장의 소비 심리가 다시 위축된 것이 매출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 2021~2022년은 코로나19 이후 소비 심리가 크게 회복하면서 패션 시장 역시 성장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한국 패션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5.2%나 성장한 45조7787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 영향으로 국내 패션 시장 성장세가 다시 둔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섬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은 지난해 수입 브랜드를 잇따라 유치하면서 투자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한섬은 지난해 초 스웨덴 패션 브랜드 '토템(Toteme)'과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오브갓(Fear of God)'의 단독 매장을 열었다. 또 캐나다 럭셔리 아우터 브랜드 '무스너클(MOOSE KNUCKLES)'과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 '아스페시(ASPESI)'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신규 매장도 다수 선보였다.
해외 패션 힘주기
이처럼 한섬이 해외 패션에 투자하는 것은 젊은 고객을 겨냥한 신규 브랜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한섬은 해외 수입 브랜드보다는 '타임', '마인', '시스템' 등 경쟁력 높은 자체 패션 브랜드에 집중해왔다. 한섬이 그간 패션 대형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한 것도 자체 브랜드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Z세대가 패션 시장 주 소비자로 부상하면서 해외 신규 브랜드, 특히 '신명품'에 지갑을 열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한섬은 2021년 삼성물산 패션부문 출신 박철규 사장을 영입해 해외 패션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박 사장은 삼성에서 해외패션 사업을 주도하고 대표까지 역임했던 인물이다.
한섬은 올해도 해외 패션 포트폴리오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겸 스트리트 브랜드 '키스(Kith)'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올 상반기 중 서울 성수동에 국내 1호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진출 본격화
이와 함께 한섬은 자체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가속화할 예정이다. 내수 패션 시장은 이미 성장 한계에 다다른만큼 자체 브랜드들을 해외에 선보여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미 '우영미(WOOYOUNGMI)', 삼성패션의 '준지(JUUN.J)'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관심을 받으며 K패션의 가능성을 인정 받고 있다. 한섬 역시 올해를 '글로벌 패션 기업 도약 원년'으로 삼고 자체 브랜드들을 해외에 잇따라 선보일 생각이다.
한섬의 '시스템'은 올해 파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 한섬이 해외에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스템·시스템옴므는 지난 2019년부터 파리패션위크에 11회 연속 참가하며 글로벌 인지도를 제고했다. 한섬은 파리에서 운영하던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를 시스템·시스템옴므로 재단장해 오는 6월 오픈할 예정이다. 이어 유럽·북미 등 해외 럭셔리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여는 등 영업망도 계속 확대한다는 목표다.
국내 여성복 1위 브랜드인 '타임'도 지난달 열린 2024 F/W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했다. 타임이 해외 패션 시장에 공식적으로 제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최초다. 패션위크에서는 자사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바이어들과의 홀세일 상담도 이뤄진다. 타임 역시 패션위크 참가를 늘리며 해외 바이어들을 지속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섬은 이르면 오는 2026년까지 파리 주요 거리에 타임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또 주요 백화점 단독 매장 개설도 추진한다.
신사업 모색
이뿐만이 아니다. 화장품 등 신사업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한섬은 2021년 자회사 한섬라이프앤을 통해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를 내놓고 뷰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직 사업 초기이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한섬라이프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47.4% 성장했다. 한섬에 따르면 오에라는 VIP 고객을 중심으로 고정 고객이 증가하고 있고 론칭 1년만에 재구매율이 50%에 달했다.
한섬은 오에라에 대한 실탄 지원에도 나섰다. 현재 한섬라이프앤은 비용과 손실이 커지고 있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한섬은 2022년 말 한섬라이프앤에 대여한 90억원의 만기를 작년 12월 1년 더 연장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0억원을 추가로 대여했다. 이들 금액은 모두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이와 함께 한섬은 MZ세대 공략을 위해 주류판매업도 추진한다. 한섬은 오는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주류판매업'을 신규사업 목적으로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한다. 당장 주류판매업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신사업 기반을 마련해놓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섬은 현재 온라인 편집숍 EQL을 통해 식음(F&B)와 연계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이 매장은 한섬이 처음으로 선보인 첫 F&B 복합공간이다. 업계에서는 한섬이 이 같은 F&B 결합 매장을 확대하면서 주류 판매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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