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100조 시대...증가 속도 줄어드나

엄윤주 2024. 3. 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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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100조 원을 넘어서며 또 한 번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다만 오름폭은 주춤했고, 2금융권까지 포함하면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 경제부 엄윤주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어제 발표됐죠.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1,1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00조 3천억 원으로, 한 달 사이 2조 원이 늘었는데요.

지난 2021년 2월 1,000조 원을 넘어선 지 3년 만에 1,100조 원대로 올라섰습니다.

또 한 번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대출 종류별로 보면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860조 원으로 4조 7천억 원 늘었습니다.

2월 기준으로는 해당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세 번째로 큰 증가 폭입니다.

반대로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은 239조 천억 원으로 2조 7천억 원 줄었습니다.

그래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 그러니까 오름폭은 주춤했더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달 2조 원 느는 데 그쳐, 1월 폭과 비교하면 1조 원 넘게 줄었습니다.

가계대출 덩치를 키워온 주택담보대출 오름폭도 축소됐는데요.

전세자금 수요가 늘어났지만, 전체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었고 2월에는 영업일도 다른 달에 비해 짧았던 영향으로 증가 규모가 소폭 감소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은행권과 달리 2금융권의 경우에는 가계 대출이 크게 줄었더군요?

[기자]

네, 2금융권의 가계 대출은 지난달 3조 8천억 원 급감했습니다.

1월에는 2조 5천억 원 줄었는데 감소 폭이 더 확대된 겁니다.

지방 부동산 경기가 계속 부진한 영향이 큽니다.

침체가 이어지자 2금융권을 중심으로 위험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 문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에 2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는 2조 원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만입니다.

아무래도 지난달부터 시행된 각종 금융 정책들이 있었잖아요. 스트레스 DSR부터 신생아 특례 대출까지, 이번 통계에 영향이 있었습니까?

[기자]

먼저 스트레스 DSR과 신생아 특례대출이 어떤 건지 간략하게 설명해드릴게요.

스트레스 DSR은 정부가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정책으로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더하는 제도인데요.

이에 따라 대출 한도가 지금보다는 더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데, 지난달 26일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신생아 특례대출은 정부가 저출산 극복 지원을 위해 2023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를 둔 출산 가구가 1.6∼3.3%의 저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대출해주는 정책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트레스 DSR 도입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게 의미 있는 숫자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입니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경우에도 신규 대출보다는 갈아타기 수요가 더 많다 보니 전체 가계대출 증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정부의 목표가 가계부채를 국내총생산, GDP 대비 100% 이하로 떨어뜨리겠다는 거였잖아요. 앞으로 가계 대출 규모가 줄어들까요?

[기자]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 부채 비율은 GDP 대비 100.1%인데요.

아직 목표치에는 부족한 수준이죠.

지난달 추세만 보면 전체 가계대출이 감소했지만,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단 변수가 많습니다.

부동산 경기, 정부의 대출 관련 지원이나 규제, 금리 수준이 대표적입니다.

무엇보다 가계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 시장과 직결돼 있습니다.

현재 주택 경기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건 사실이고요,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곳곳에 악성 미분양도 쌓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한번 들어보시죠.

[허준영 /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굿모닝와이티엔 출연) : 주택 경기는 향후에 완만하게 당분간은 고전하겠다. 아주 빠르게 다시 상승하는 일은 당분간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많은 분들이 보시는 것 같아서 그런 측면에서는 주택 경기가 주담대를 혹은 가계대출을 빠르게 늘릴 것 같지는 않고요.]

여기에 정부가 스트레스 DSR 제도를 올 한해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가계 부채를 잡겠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한 편입니다.

금리도 마찬가지인데요.

미국이 먼저 내리지 않는 한 우리가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은 적은데, 문제는 물가가 내려가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습니다.

물가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쉽사리 금리를 내리기도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인 겁니다.

다만, 한국은행은 주택경기 불확실성이 높아 정확한 진단은 어렵지만, 낮은 증가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완만하게나마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가계부채를 가장 먼저 꼽은 만큼 앞으로의 추이를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계부채와 밀접히 연관된 곳이 은행권인데요. 이른바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 영업실적이 공개됐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지난 한해 은행 이야기를 저희도 정말 많이 다뤘죠.

이자 장사, 독과점 여기에 갑질까지 날 선 비판의 화살이 은행권에 많이 쏠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은행의 이자이익이 59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오늘(14일) 발표한 지난해 은행 영업실적을 보면 이자이익은 59조 2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조 2천억 원 늘었습니다.

고금리 속에 대출채권 등 이자수익 자산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이자이익 증가율은 5.8%에 그쳐 재작년 21.6%와 비교해 크게 줄었습니다.

수수료 등을 포함한 비이자이익은 5조 8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8%나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대손비용이 10조 원에 달해 55.6%나 급증했습니다.

연체율 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라 대출이 부실화되는 것을 막고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은행이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린 결과입니다.

그 결과, 수익에서 판매비 등 비용을 빼고 남은 당기순이익은 모두 21조 3천억 원으로 집계됐는데요.

1년 전보다 15%, 2조 8천억 원 늘어난 규모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4대 금융지주로 범위를 좁혀보면 어떤가요?

[기자]

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이자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4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가계 대출과 기업 대출이 늘어나면서 고금리 장기화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은 겁니다.

비이자 수익도 10조 5,187억 원으로 재작년보다 무려 48% 급증했습니다.

수수료 구조를 변경하고, 주식 투자 등에서 과거 손실을 만회한 덕분에 대출 이자 외에도 높은 수익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거라는 애초 전망과 달리 전체 순익은 다소 줄었습니다.

전체 이익에서 비용을 뺀 연간 당기순이익이 14조 9,682억 원으로 2022년보다 4.5% 감소한 건데요.

지난해 상생금융을 위해 민생 금융 지원에 나선 데다 대손충당금을 대폭 확대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그동안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영업 관행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은행이 높은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게 드러난 만큼 이자장사라는 비판이 또 한 번 나올 거로 보이네요.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엄윤주 (eomyj10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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