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소아과 전공의도 대거 이탈…"소아 심장 의사 대 끊긴다" 우려

정심교 기자 2024. 3. 14. 17: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져 온 전공의(전문의 전 단계)의 대거 이탈과 면허 정지로 기피과의 전문의 배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기피과인 흉부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함께 진료하는 '소아 심장' 영역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소아 심장 관련 전문의는 1년에 1~2명 배출되는데 이마저도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이하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흉부외과와 소아과의 교집합 영역인 소아 심장 영역은 각 과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가뜩이나 소아 심장 세부 전문의 지원자가 매우 적은데, 전공의들이 정부에 실망해 대거 이탈한 현 상황에서 소아 심장을 진료할 의사의 대(代)가 앞으로 수년간은 끊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속 진료과는 다르지만 소아청소년과 심장의, 소아심장흉부외과 의사들은 대한소아심장학회에서 선천성 심장 기형 등 소아 심장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학술 교류에 주력해왔다. 흉부외과 전문의 A교수는 "두 기피과의 가장 취약한 학문이 만나는 지점이 소아 심장"이라며 "소아 심장은 성인 심장보다 치료하기가 매우 까다로워 수술법도 최고난도"라고 설명했다.

소아 심장 질환 대부분은 선천성 심장 기형이다. 소아 심장은 어른 심장과 달리 아이가 크면서 크기도 구조도 달라지는데, 이런 이유로 수술법도 어렵고 까다롭다. 또 수술 시 소아는 성인보다 혈액량이 적고, 몸무게 3㎏ 영아의 경우 심장 크기가 성인 엄지손가락 2개를 합친 것보다 작을 정도로 심장 크기가 작다. 소아 심장 전문의 지원자가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번 전공의 대거 사직 물결에 흉부외과 레지던트 1~4년 차, 소아과 레지던트 1~3년 차(소아과는 레지던트 수련 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줄어듦)들도 대거 휩쓸렸다는 것. 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공의 4년 차를 졸업하는 인원이 매년 20~30명에 불과한데, 이 중에서 전임의(전문의 직전 단계)가 될 때 세부 전공을 정한다. 이때 소아 심장을 맡겠다고 지원하는 예비 전임의는 2~4명인데, 이마저도 최종 선택하는 인원은 1~2명 선이다.

A교수는 "흉부외과 의사 중에서도 돈 벌 생각보다 '이건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을 것'이란 사명감이 강해야 소아 심장 분야에 지원한다"며 "흉부외과 의사 사이에선 소아 심장을 맡겠다는 의사에게 '도인'이라고 칭할 정도"라고 말했다.

선천성 심장 기형 등 심장질환을 가진 소아 환자는 극히 적다. 문제는 극히 적은 이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정부의 별도 지원책이 없다는 것. 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아 심장 수술은 질환명 분류 단계부터 애매해 질환 통계 작업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예컨대 심장질환 종류와 상관없이 '복합수술 1', '복합수술 2' 또는 '복합 수술1 + 복합 수술2' 등으로 두루뭉술하다는 것. A교수는 "소아 심장 진료 항목을 구분하도록 이를 개선해달라고 수년간 정부에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소아 심장에 관심을 두지 않아 이 분야는 점차 낙후돼왔고, 이제는 임계점 이하로 떨어져 소아 심장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병원도 몇 군데 남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현재 소아 심장을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은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양산부산대병원·세종병원을 포함, 일곱 군데로 알려졌다. A 교수는 "정부에서 지정한 권역심장센터가 전국에 14곳 있지만, 이곳에서조차 소아 심장 질환을 치료할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씁쓸해했다. 이에 소아 심장 영역에 발을 디뎠다가도 포기하고 성인 심장 영역으로 옮겨온 흉부외과 의사도 더러 있다는 것.

A교수는 "아무리 출생 인원이 줄었어도 소아 심장 치료를 언제든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비돼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소아 심장 수술에 필요한 도구, 심지어 소아 심장에 넣어야 할 기구조차 구할 수 없어 의사들이 발품 팔면서까지 외국에서 사서 들어와야 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번에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얼마나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면허정지 3개월 처분받으면 한 해 출석이 인정되지 않아 1년간 유급되는 셈"이라며 "이에 따라 흉부외과에서의 전공의 수련이 중지되면 향후 3~4년간은 소아 심장, 성인 심장을 포함한 흉부외과 전문의가 아예 배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아 심장을 다룰 흉부외과·소아과 전문의를 3~4년간 배출하지 못할 수 있단 얘기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