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위험자산 투자 늘려 수익률 높인다···손실 커지면 기금 고갈시기 앞당길 수도
지난해 역대 가장 높은 운용수익률을 기록한 국민연금이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고 투자다변화를 추진키로 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수익률을 높여 고갈 시기를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취지다. 다만 고위험 투자는 그만큼 손실 발생 가능성도 높이는 것이어서 정교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연금공단은 14일 기금운용성과 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운용수익률 13.59%, 운용수익금은 126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기금이사는 “지속적인 투자 다변화 등 운용 혁신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의 결과 우수한 투자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연금은 위험자산 비중 확대·투자다변화 투트랙으로 지난해처럼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장기운용방안을 내놨다.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 고수익을 끌어내고, 투자다변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한다는 것이다.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은 줄이고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 등을 확대함과 동시에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기금 중 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38.6%로 사상 처음 30%대로 떨어졌다. 주식과 대체투자의 비중은 각각 45.2%, 15.9%를 기록했다. 해외투자 비중도 2013년만 해도 19.3%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51.5%까지 높아졌다. 해외투자 비중이 국내투자 비중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국민연금이 이같은 계획을 내놓은 것은 고령화로 기금 고갈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고령화 추세로 2030년부터는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지출되는 연금지급액이 많아지고, 적립기금규모가 1755조원으로 고점을 찍는 2040년부터는 기금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까진 기금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는 만큼 최대한 수익률을 높여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춰보자는 것이다. 손협 실장은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장기 재정의 안정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와 해외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3분기 내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해외사무소를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IT, 바이오 등 신산업 투자가 많은 실리콘밸리와 접촉할 기회를 늘리기 위함이다.
다만 리스크가 큰 대체투자, 해외투자를 늘릴 경우 손실 가능성도 비례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손실이 커지면 기금 고갈 시기가 오히려 앞당겨질 수도 있어서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민간에서도 해외 부동산 투자를 공격적으로 했다가 손해를 보는 일들이 많았다”며 “국민연금이 투자 노하우나 능력 면에서 뛰어나다면 괜찮지만,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만큼 위험에 많이 노출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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