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3년간 韓에 1.5조 투자"… 국내 경쟁사서 인재 대거 영입도
대형 물류센터 건립 추진
중기 해외 진출도 지원
패션업체 기획자 등 영입
국내 인재 블랙홀 우려도
중국 직접구매(직구) 서비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경쟁사의 패션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국내 유통 인력을 활발하게 채용 중이다.
알리바바그룹은 축구장 25개 규모의 대형 통합물류센터를 지어 쿠팡 로켓배송에 필적할 신속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는 국내 유통업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정부에 3년간 11억달러(약 1조44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알리바바그룹은 이날 기준 홍콩과 뉴욕 증시에 모두 상장돼 있으며 시가총액이 총 500조원에 달한다. 중국에서 타오바오·티몰 등을 운영 중이며, 글로벌 사업으로는 알리익스프레스, 동남아시아를 겨냥하는 라자다, 튀르키예를 공략하는 트렌드욜 등이 있다.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주체가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라는 것은 한국에서 직구 서비스 중심의 알리익스프레스 외에 보다 폭넓은 사업을 영위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먼저 알리바바그룹은 2억달러(약 2600억원)를 투자해 올해 안에 한국에 통합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면적은 18만㎡(약 5만4450평)로, 축구장 25개 규모다. 쿠팡 내 최대 물류센터인 대구 물류센터 대비 2분의 1이다.
물류센터 설립은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을 보다 직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알리바바그룹이 지금까지 국내에서 펼쳐온 사업은 한국 소비자가 중국 시장 판매자에게서 물건을 직접 사는 '직구' 중심이었다.
물류센터를 갖추면 항공·선박을 이용해 기존 직구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물건을 직매입해 판매할 수 있다. 사업 영역이 쿠팡 등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직접적으로 겹치게 되는 것이다. 알리바바그룹이 물류센터를 확장해 쿠팡 로켓배송처럼 익일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소비자가 토종 이커머스에서 이탈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인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에서 알리바바그룹이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면 알리 버전의 로켓배송을 해야 한다"며 "알리바바그룹이 신속 배송을 시작하면 더 많은 고객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를 돕는 데 1억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우수한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조달(소싱) 센터를 세우고, 올해 6월에는 수출 플랫폼 기능을 할 판매 채널도 개설한다. 한국 상품을 파는 채널을 알리익스프레스 외에 라자다, 스페인어권 미라비아 등 알리바바그룹 산하 기타 이커머스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알리바바그룹은 3년간 5만개에 달하는 한국 중소기업이 수출에 따른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그룹이 조 단위 투자 계획을 포함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이유를 최근 범정부 차원의 중국 이커머스 견제 분위기에서 찾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중국 이커머스가 궁지에 몰리자 그간 지적됐던 소비자 보호 방법 등을 내놨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그룹 계획에는 한국 소비자 보호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전문 상담사 300명을 둔 고객 서비스 센터를 공식 개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직구 상품은 구매 후 90일 이내에는 이유를 묻지 않고 100% 환불해준다.
알리바바그룹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수 없지만, 한국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한국 현지 판매자와 협력, 소비자 보호,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장기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알리바바그룹은 국내 경쟁 업체의 인력 영입을 늘려가며 유통업계 인재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패션 분야 전문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알리가 운영 중인 패션관에 국내 브랜드를 입점시켜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그룹의 이러한 행보가 지그재그·에이블리 같은 보세 패션 플랫폼은 물론이고 무신사·W컨셉 등 브랜드 위주의 패션 플랫폼에도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실제로 최근 11번가와 티켓몬스터 등 국내 오픈마켓에서 일하던 패션 분야 상품기획자(MD)가 속속 알리바바그룹으로 전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요즘 상황이 좋지 않은 일부 패션 플랫폼이나 오픈마켓 인력이 하나둘 알리바바그룹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알리바바그룹은 지난달부터 패션업계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으며, 원하는 직급도 다양하다. 또 뷰티와 생활용품 분야 인력까지 영입하려 하고 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 '한국 시장 내 셀러·파트너 소싱 노하우 보유'를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는데, 이는 국내 브랜드 입점을 늘려 다른 플랫폼 및 오픈마켓과 경쟁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존에는 중국산 초저가 제품을 위주로 판매했지만 최근 국내 브랜드로 상품군을 넓히며 다양한 가격대 제품을 내놓고 있다.
[박창영 기자 / 김효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국민들도 “이 결혼 반댈세”…족보 엉망된다는 이유 알고보니 - 매일경제
- 이강인 국대 발탁에 ‘보이콧’ 일었는데...21일 태국전 티켓 전석 매진 - 매일경제
- 태영건설 매매거래 정지…기업개선안 제출 한달 미뤄 - 매일경제
- “피해가 늘고 있다”...일본 ‘이곳’, 관광객 출입금지 특단 조치 내렸다 - 매일경제
- 초저가 내세운 中알리바바, 한국에 3년간 1조5천억 투자한다 - 매일경제
- “칩 하나 넣었는데 딴세상 펼쳐지네”…삼성의 새 TV 화질 남다르다는데 - 매일경제
- “웨딩드레스 겨울에 보러갈까?”…스드메 바가지 연말부터 안통한다는데 - 매일경제
- ‘노출사진’ 찍어 국회의원 후보 탈락?…‘당원투표’ 요청 한 20대女의 정체 - 매일경제
- ‘오겜’ 제작사는 250억, 넷플릭스는 1조…이상한 수익구조 막겠다는데 어떻게 - 매일경제
- 이정후, 24년 MLB 신인왕 거론...MLB닷컴 “어느새 좋아하는 선수가 될지도”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