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업은 FCP "KT&G 거버넌스 붕괴" 맹공…'방경만 반대표' 촉구
"경영진 오판에 최소 680억원 손실…거버넌스 개선 땐 주가 4배""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으로 기업의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건전성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FCP)이 KT&G를 맹공하고 나섰다. FCP는 KT&G가 '셀프 자사주 기부'로 이사회를 장악, 기업 거버넌스를 무너뜨렸다며 "현 이사회가 추천한 방경만 사장 후보에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FCP는 14일 오후 국내 주주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KT&G의 주가는 15년간 제자리걸음으로, 40% 할인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경영진이 공매도 세력인가 의심이 들 정도"라며 "주가 저평가의 이유는 사업적·재무적으로 경영진의 판단 미스가 너무 많았고, 거버넌스가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KT&G의 지난해 평균 주가는 8만9588원으로, 지난 2008년(9만원) 수준이다.
FCP가 정보공개 가처분 신청을 통해 얻은 자료와 회사 측 답변,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KT&G 지난 2020~2022년 해외 담배 누적 손실은 총 680억원으로 집계됐다. FCP는 "이는 최소치로 집계한 금액"이라며 "미국 국무부 조사, 인도 및 호주의 불법 밀수 수출이라는 법적 리스크를 감안하면 조 단위 손실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는 KT&G 경영진이 내놓은 권련형전자담배(HNB) 판매 전략의 실패 떄문이라는 것이 FCP 분석이다. KT&G는 자사 HNB인 릴(lil) 제품 수출을 필립모리스에 15년간 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필립모리스는 릴 브랜드 독점판매권을 갖고도 해외 시장에서 적극적인 판매에 나서지 않았고, 경영진의 잘못된 판매 전략으로 해외 사업에서 대거 손실이 났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사례로는 일본을 들었다. 흡연자의 40%가 HNB로 전환한 일본은 세계 최대의 HNB 시장으로 꼽힌다. FCP는 "일본 방문 결과, 필립모리스는 자사 브랜드인 아이코스는 쇼룸 등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릴에 대해선 '디마케팅' 의혹이 들 정도로 마케팅이 이뤄지지 않았다. 41개 매장을 방문했지만 90%인 37곳에서 릴 디바이스를 구경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분위길 전했다.
하지만 KT&G는 손실 내용을 주주들에게 공개하고 사과하긴커녕 변명하기 급급했다고 FCP는 비판했다. FCP는 "KT&G는 해외 손익 실적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법원에서 자료를 공개하라고 하자 4개 사업을 합친 숫자를 내놨다"고 말했다. 결국 확보한 자료로 FCP가 직접 수익성을 추산한 결과, 해외 궐련 담배의 경우 2021년, 2022년 각각 700억원, 590억원 영업손실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HNB 수출은 300억원, 240억원의 영업손실로 집계됐다.
부적절한 판매 전략은 함량 미달인 경영진 때문이라는 것이 FCP 지적이다. '셀프 자사주 기부'로 이사회를 장악한 뒤 자격이 부족한 내부 출신 경영진으로만 회사를 채웠고, 혁신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FCP는 "지난 2002년부터 20219년까지 KT&G는 현 시가 기준 1조원의 자사주를 취득해 전현직 사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에 셀프 기부해 왔고, 12%의 지분을 실질적으로 컨트롤하는 최대 주주가 됐다"고 했다.
FCP는 이사회가 주도한 사장 후보 선정의 독립·공정성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FCP는 "이번에 최종 후보로 선정된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이사회 멤버로 재직했던 2021~2023년엔 영업이익은 30% 감소했고, 그는 자신을 추천한 이사회와 함께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며 "LG생활건강에서 매출 6.5배, 영업이익 10배, 주가 2237% 성장시킨 차석용 후보자도 헤드헌팅에 의해 추천됐으나 이사회는 그를 예비후보에서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들을 향해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 방경만 선임의 건, 사외이사 임민규 선임의 건에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거버넌스의 정상화를 위해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후보를 사외이사로 선출해달라고도 덧붙였다. FCP는 "독립성을 갖춘 후보만이 주주의 이익을 신경 쓰는 진정한 사외이사가 될 수 있다"며 "올바른 이사회, 실력이 검증된 경영진으로 거버넌스가 정상화되면 KT&G의 기업 가치는 향후 5년 안에 4배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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