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 원로 만난 유인촌 "국악의날·진흥법, 많은 이야기 해달라"

박주연 기자 2024. 3.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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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4일 국악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국악계 분야별 원로를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오는 7월 국악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국악계 원로들을 만나 '국악의 날' 제정 등 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을 청취했다.

유 장관은 14일 오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국악 원로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7월 국악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국악진흥을 위한 시행령을 만들고 있는데,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국악의 날'도 제정해야 하는데 언제가 좋을 지, 국악을 진흥하기 위해 어떤 내용을 넣으면 좋을 지 의견을 달라"며 "평소 국악과 관련해 생각해오던 부분들을 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오늘 이후에도 앞으로 그때그때 조언을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경배 월하문화재단 이사장(84·국가무형문화재 가곡 보유자) ▲김중섭 처용무본회 상임이사(84·국가무형문화재 처용무 예능보유자) ▲조흥동 한국무용협회 고문(83·전 대한민국예술원 부회장) ▲신영희 한국국악진흥예술연합 추진위원장(82·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보유자) ▲박일훈 아트컴판 이사장(78·전 국립국악원장·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 분과 위원) ▲이춘희 한국전통민요협회 이사장(77·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 ▲박범훈 작곡가(76·국립국악관현악단 초대단장·중앙대 명예교수) 등 국악계 원로들이 참석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4일 국악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국악계 분야별 원로를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국악의 날' 제정과 관련, 김중섭 명인은 "국가 음악기관은 신라 음성서부터 시작돼 고려 태악서·전악서, 조선 아악서·장학원으로 이어졌고, 국립국악원으로 이어진다"며 "전쟁 중이던 1951년 4월10일 부산에서 국립국악원이 개원했는데, 매우 의미 있는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김경배 명인은 "신라 음성서, 고려 태악서·전악서, 조선 장악원 등이 시작된 시기, 역사적으로 백성들이 즐겼던 국악행사들을 잘 조사하고 참조해 타당성 있는 날짜를 선택해달라"고 했고, 신영희 명인은 "이왕이면 꽃 피고 새가 울 때, 아니면 단풍이 들 때도 좋다"며 "재야국악인이 수천 수만인데, 모두에게 중요한 날로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춘희 명인은 "국악의 날이 만들어진다니 기쁘다"며 "설날 연휴를 즈음에 어른들에게 세배하고, 들뜬 마음일 때 국악의 날이 연결되면 어떨까 한다. 이왕이면 국악의 날을 하루 말고 3~4일, 5일까지 하면 좋겠다"고 했다. 조흥동 고문은 "역사적 고증, 문헌 연구를 통해 적절한 날을 선택해 달라"고 조언했다.

박범훈 작곡가는 "기원도 중요하지만 실용성도 중요하다"며 "국악과 관련이 있으면서도 실질적으로 좋은 날로 선정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악의 날을 전후해 일주일 정도 축제를 해도 좋을 것 같다"며 "시간이 많지 않지만 국민들에게 국악의 날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공모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4일 국악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국악계 분야별 원로를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원로들은 이 자리에서 유인촌 장관에게 국악 진흥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박범훈 작곡가는 국악인들의 사회진출, 저작권법을 통한 국악 창작 활성화에 힘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방대 국악과가 다 문을 닫고 있는데, 국악인들의 사회 진출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양악보다 국악이 국립단체 취업은 더 쉬움에도 이런 상황인 것은 사회가 국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TV방송 편성 등에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했다. 저작권법에 대해서는 "국악 작곡가들이 저작권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배 명인은 "국악 조기교육이 잘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 같은 식이면 10년만 지나면 우리 것이 없어진다. 초등학교 때부터 국악 조기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일훈 이사장은 "교대에서 국악 심화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국악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이들이 전임이 되면 좋은데 안타깝다"고 했다. 신영희 명인과 이춘희 명인은 판소리·민요 유파가 잘 전승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문체부는 이날 원로 간담회에 이어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전국 5개 권역에서 '국악진흥법' 시행 준비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한 국악진흥법은 올해 7월 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해부터 5년마다 국악진흥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국악의 날'을 지정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문체부는 현장 의견을 수렴한 후 오는 4월 중순께 시행령을 마련해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어 공청회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7월26일부터 법 시행에 돌입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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