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라디에이터 달았더니 주행거리 20km↑… 현대모비스, 새로운 전기차 솔루션 개발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2024. 3. 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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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프론트 페이스 통합 모듈’ 개발
현대모비스 ‘발상의 전환’… 전기차에 라디에이터 재도입
공력 시스템 적용해 주행거리 개선 원리
전기차 주행거리·디자인 확대 역할 기대
“차체 높은 SUV 등에 유용한 장치”
‘센서 보호·반자동 충전 정리’ 등 부가기능 추가
현대모비스가 내연기관 자동차 라디에이터 그릴을 전기차에 최적화된 모듈로 개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향상시킬 수 있고 외관을 다채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고 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은 내연기관 엔진과 실내에 필요한 공기를 흡입하거나 주요 장치 냉각을 위한 장치다.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능이 추가되고 그릴 디자인 자체가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면서 라디에이터와 그릴은 존폐 위기에 처했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라디에이터 기능이 불필요해진 상황. 덕분에 전기차 전면 디자인이 더욱 날렵하고 스포티하게 변화하는 추세다. 테슬라 모델S와 모델3 전면을 보면 이러한 추세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기차도 배터리 냉각을 위한 공기가 필요하지만 내연기관처럼 전면 중앙 상단(혹은 엔진 근처)에 있을 필요는 없다. 다만 브랜드 캐릭터를 표현하는 디자인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현대모비스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내연기관 라디에이터 위치에 장착 가능하고 전기차에 필요한 주행거리 개선 장치를 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앞부분 그릴 형태를 유지하면서 공기 저항을 줄이고 외관 디자인을 다채롭게 설계할 수 있는 ‘프론트 페이스 통합 모듈’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프론트 페이스(Front Face)는 램프와 그릴, 후드 등 전면부를 총칭한다.

해당 통합 모듈에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공력 시스템과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개념으로 전기차에 필요한 라디에이터를 만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부가적으로 주행 중에만 외부로 돌출돼 작동하는 라이다, 충전 시작 단계에서 충전기를 꽂기만 하면 충전 완료 후 자동으로 충전기를 회수해주는 기능 등이 더해졌다.

업계에서는 전기차를 겨냥한 차세대 요소기술을 융·복합해 성능과 디자인,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차 전면부를 종합 패키지 형태로 구축한 선도적인 기술 아이디어라는 평가다.

이 모듈 장치 핵심은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에 있다. 그릴과 후드 등의 일부에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개폐 시스템이 적용돼 고속 주행 시 공기 저항을 낮추고 전비 개선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외부 공기를 유입시키고 열 교환을 거친 공기를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배터리 냉각효율을 높이면서 공기 흐름을 제어한다. 해당 공력 시스템만으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약 20km 늘릴 수 있다고 현대모비스는 설명했다.

최근 전기차는 일반저긍로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애고 공기 저항 감소에 초점을 맞춘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한다. 이로 인해 요즘 나오는 승용 전기차 전면 디자인이 다소 획일화된 모습을 보인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착안한 새로운 모듈 장치를 도입해 기존처럼 그릴 역할을 유지하면서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LED 라이팅 등 다른 디자인 요소와 조화를 이뤄 전반적인 상품성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세단류 승용차처럼 차 높이를 낮추기 어려운 SUV와 CUV 전기차에 유용한 기술이라고 현대모비스 측은 소개했다.

센서 외부 오염과 충격을 방지하면서 매끄러운 외관으로 디자인 일체감을 더욱 살릴 수 있는 기술도 함께 적용했다. 라이다가 평소에는 그릴 안쪽에 숨어 있다가 주행 시에만 돌출돼 기능을 발휘하는 개념 콘셉트다. 센서 보호와 차 전면부 디자인 상품성 개선을 동시에 구현한 셈이다.
반자동 충전 시스템 채택도 눈여겨 볼만하다. 충전 시작 단계에서 충전기를 꽂기만 하면 완충된 이후 충전기 회수와 충전 캡 커버 닫힘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기능이다. 전기차 충전 시 사람이 직접 나와 마무리해야 하는 불편을 덜고 충전로봇 대비 가격적으로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현대모비스는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전기소비효율(전비) 개선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데 배터리 성능 향상 차원에서 벗어나 배터리가 아닌 부품과 공기 역학을 활용한 전기차 주행거리 개선 방안을 도출했다”며 “여기에 부가적인 신기술을 더해 전비부터 디자인과 편의성까지 전기차의 전반적인 상품성을 개선한 솔루션을 선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최근 전동화와 자율주행,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시스템(IVI)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고객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거듭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과 수주 확대 노력을 강화해 작년에는 해외 완성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92억2000만 달러(약 12조1600억 원) 규모 수주 실적을 거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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