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역거점병원 ‘빅5’ 수준 높인다… 의료계와는 강경 대치 이어가

김태훈 기자 2024. 3. 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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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이 이어진 지난 13일 서울 시내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부가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거점병원을 서울 주요 대형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맞춤형 지역수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국립대병원 등 지역거점병원의 역량을 수도권 주요 5대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지역 내 의료기관의 허리 역할을 하는 지역 종합병원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1조6000억원 수준의 기금을 지역 의료인력 수급 등에 활용하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지역의료발전기금’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을 일정 비율 이상 뽑도록 하는 의대 지역인재전형 비율도 현행 40%에서 대폭 올릴 계획이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분의 80%를 비수도권 대학에, 20%는 수도권 대학에 배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의사들이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계약형 필수의사제’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는 대책으로 소아 중증진료 강화에 5년간 1조3000억원 수준의 지원액을 확보하고 지원항목을 늘리는 계획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의 연장선상에서 올해부터 2세 미만 영아에 대해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을 5%에서 0%로 낮춘 바 있다. 이날 나온 대책에는 소아과 전공의 등 의료진에게 매달 100만원씩 지급하고, 소아 진찰료를 2배로 올리는 내용의 그동안 정부 대책이 총망라됐다. 박 차관은 “소아과 등 긴급히 대책이 필요한 과목에 대해 추가 대책을 지금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대 증원에 대해선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박 차관은 변호사·회계사 등 타 전문직역의 예를 들며 “정부가 정원 문제를 두고 특정 직역과 협상하는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상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식의 제안에는 더더욱 응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 역시 여전히 정부에 강하게 맞서는 입장을 고수했다. 의협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지난 13일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개입을 요청한 데 대해 “대화와 타협으로 풀 수 있었던 문제를 사법부와 국제기구 판단에 맡기게 된 책임은 불통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ILO에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강제 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긴급 개입 요청 서한을 보냈다.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ILO의 29호 협약을 들어 자발적으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복귀를 강요하는 것이 협약에서 언급하는 강제노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는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ILO 29호 협약은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 대해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며 “현재 진료 차질 등이 벌어져 국민의 생존과 안녕이 위협받는 상황이므로 협약 적용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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