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책임범위·법적보호 우려에…"병원, 정부가 책임"(종합)

강승지 기자 2024. 3. 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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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지 우려에 "만성·경증질환 진료 인력 재배치"
"정상화 어렵더라도 특정 병원 진료 상당 부분 개선"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전공의들 떠난 자리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을 투입했지만 '진료 공백'을 메우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무 기간이 4주에 불과해 업무·진료 연속성에 한계가 있고, 또 차출로 근무지를 비우면서 취약지 의료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공보의들에게 역량 이상의 업무를 요구하고 많게는 주당 80시간 근무를 명령하는 등 처우 논란이 불거졌다. 업무 지침도 마련되지 않아 공보의들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14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등 의료계에 따르면 비상 진료체계를 위해 전날(13일)부터 공보의 134명과 군의관 20명이 상급종합병원 20군데에서 4주간 업무에 들어갔다. 정부는 공보의들에게 근무 조건, 수당 지급, 법적 보호, 편의 지원 등에 관한 지침도 전달했다.

지침에는 주 80시간 근무와 당직 근무 수행, 병원 법무팀 소송 지원, 특별지원 활동 수당 등의 내용이 담긴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장 업무 등의 세부 지침은 개별 병원에 맡겼다. 대공협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성환 대공협 회장(전남 영암군보건소 공중보건의)은 뉴스1에 "파견 공보의가 업무 범위에 대해 알아야 하고 협의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이번에 병원 경험이 없는 일반의사들도 파견됐다. 업무 범위가 미리 공유되지 않고 파견부터 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성환 회장은 또 "업무의 책임 범위나 면책 조항에 대해 안내가 있어야 한다. 파견 근로자를 보호할 수단들이 있어야 하는데 전달받은 정보가 없다"면서 "더 많은 공보의가 차출될 텐데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회장은 공보의가 숙소를 병실로 배정받는 등 언론보도로 불거진 사례는 개선됐다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파견 공보의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복무 서약 및 동의서를 잘못 보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신규 전문의에게 받는 서약서"라고 해명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이탈한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역 공보의들이 차출된 12일 오후 한 주민이 전남 화순군 이서면 보건소를 찾고 있다. 2024.3.12/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공보의 차출로 지역 취약지의 의료공백이 커지기도 했다. 전북 장수군 계북면 내 유일한 의료기관인 보건지소 출입문에는 '의료대란에 따른 축소 진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단 1명의 공보의가 충남대병원으로 4주간 차출돼 진료가 불가능해지면서다.

유일한 의료 인력이 자리를 비우면서 매일 받을 수 있던 진료는 주 1회(화요일)로 축소됐다. 대한의사협회도 "오지 주민들과 군인의 생명을 경시하는 조치"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정부는 공보의를 다음주 중 200명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날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을 통해 공보의 배치 과정 중 제기된 지적들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취약지역 의료공백에 대해 "지역과 수도권의 문제가 아니라,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게 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주로 만성, 경증 질환을 진료하던 보건소·보건지소 인력을 재배치한 걸로 이해해달라"며 "동일 지역 내 보건소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옮겨간 지역 간 재배치도 이뤄졌다. 지역과 수도권 간 진료 문제로 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공보의에게 내려진 지침에 대해서는 "공보의 또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게 돼 있다. 여러 예외가 있다. 응급환자 진료 등을 위해서는 근무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이는 배치기관 근무 규정에 따르게 돼 있어, 상급종합병원장 관리하에 되도록 안내했다"고 했다.

또 정부나 병원에서 숙박비와 당직비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정액으로 수당과 숙박비, 당직비 등을 제공할 것을 지침에 명확히 했다. 일부 언론에서 좀 잘못 소개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치된 공보의와 군의관 중 일반의가 92명, 전문의가 62명이라면서 "다만 대학을 막 졸업하고 처음 병원 근무를, 임상술기를 해야 하는 분들에 대해 병원에 우선 그들이 할 수 있는 업무 또는 교육 후 업무를 배정하도록 얘기했고, 병원들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공보의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법적 보호'와 관련해 그는 "병원은 하나의 팀으로서 활동하기 때문에 진료팀이 책임을 진다. 병원은 파견 인력이지만 정규근무 인력과 동일한 팀원으로서 인식하고 법률적 보호·지원하도록 지침에 명시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법적 보호 조치의 일환으로서 일부 병원은 책임보험에 가입한다. 파견자도 그 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되도록 갱신해 줄 것을 병원에 요청했고 그 보험료는 정부가 지원한다"며 "만약, 업무 중 문제가 있다면 정부 차원의 법률 상담이나 지원을 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거론했다.

그는 "위험한 상황에 방치하는 건 아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각 병원 진료부원장 및 공중보건의와 즉각 시정하겠다"며 "이탈 전공의 규모에 비해 투입된 공보의, 군의관 숫자가 적고 정상화는 어렵겠지만 특정 병원과 진료과 여건은 상당 부분 개선할 효과는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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