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먹은 새가 건강하다? 새들의 이유 있는 ‘식분증’

김지숙 기자 2024. 3. 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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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은 잘 알려져 있지만,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새들은 벌레 이외에도 훨씬 더 '영양가 있는 것'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호주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학술지 '생물학 리뷰'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야생 조류는 배설물을 먹어 부족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계절에 따라 장거리를 이동할 때 부족해지는 먹이를 보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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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조류, 동종 혹은 다른 동물의 배설물 섭취
“장내 미생물 형성, 영양 보충 하기 위해서”
큰남극바다제비는 번식기간 동안 먹이를 먹지 못하면 바다표범의 배설물을 섭취하고 사냥에 나선다. 위키피디아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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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은 잘 알려져 있지만,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새들은 벌레 이외에도 훨씬 더 ‘영양가 있는 것’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호주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학술지 ‘생물학 리뷰’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야생 조류는 배설물을 먹어 부족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계절에 따라 장거리를 이동할 때 부족해지는 먹이를 보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이 자신이나 같은 종의 다른 동물 혹은 다른 종의 배설물을 먹는 것을 ‘식분증’(Coprophagy)이라고 한다. 식분증은 조류뿐 아니라 포유류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행동이지만, 그 이유나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소화기의 길이와 부피가 영향을 미쳤거나 새끼 동물에게 장내 미생물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거나 혹은 모자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동안의 추측이었다.

이번 연구는 조류의 배설물 섭취가 새에게 필수 영양소와 에너지를 공급하고, 특히 성장기의 어린 새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버라 드리고 박사와 남호주대학 연구진은 야생 조류의 배설물 섭취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조류 식분증’ ‘새 식분증’ 등의 키워드로 진행된 수십 건의 기존 연구를 조사·분석했다.

야생조류의 배설물 섭취는 초식(초록색), 어류식(파란색), 잡식(노란색), 육식(붉은색) 등 식성과 무관하게 다양하게 나타났다. 바버라 드리고/남호주대학 제공

연구에 따르면 새들은 초식, 잡식, 육식 등 식성과 무관하게 다양한 분류군에서 배설물 섭취 행동이 보고됐다. 새들이 배설물을 섭취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었는데, 영양·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다른 종의 배설물을 먹는 종과 잠재적인 미생물학적 이점을 취하기 위해 같은 종의 배설물을 먹는 종으로 나뉘었다.

큰남극바다제비, 윌슨바다제비, 흰죽지솔잣새, 유리시아물닭, 이집트대머리수리 등은 영양보충을 위해 소, 자칼, 고래, 수달 등 다른 종의 배설물을 섭취했으며 타조, 뇌조 등은 부모가 새끼의 배설물을 먹거나 반대로 새끼가 부모의 배설물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철새들이 계절에 따라 장거리를 이동할 때 이러한 식분증이 에너지 공급과 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대형 바닷새인 큰남극바다제비가 번식기 동안 알을 품으며 15일간 금식을 하면 바다표범의 배설물을 섭취한 뒤에야 장거리 사냥에 나서는 행동을 그 예시로 들었다. 멀리 이동하기 전에 쉽게 찾을 수 있고, 에너지가 풍부한 배설물을 먹어 영양을 보충한다는 것이다.

드리고 박사는 “새들은 배설물을 섭취함으로써 영양을 보충하고, 장내 박테리아와 미생물을 변화시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또 특정 질병에 대한 자가 치료의 한 형태일 수도 있다는 증거가 있지만, 이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조류들은 영양·에너지를 보충(파란색)하기 위해 혹은 장내 미생물 형성(주황색)을 위해 배설물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버라 드리고/남호주대학 제공

연구진은 또한 부모로부터 일찍 독립하는 새들의 경우 먹이를 효율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타조는 어린 시절 부모의 배설물을 섭취하는 행동을 자주 보이는데 배설물을 섭취한 무리와 아닌 무리를 비교한 결과 섭취한 쪽이 더 건강하고 빠른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연구진은 식분증이 새들에게 필수적인 영양소를 제공하는 반면,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는 질병을 옮기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드리고 박사는 “새들은 계절에 따라 수십~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이들의 행동 범위, 다른 동물·환경과의 상호작용 등을 고려하면 철새는 전 세계에 병원균을 퍼뜨릴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생 조류의 다양한 식분 행동이 조사된 만큼 배설물 섭취가 조류와 다른 동물, 환경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더 상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Biological Reviews, DOI: 10.1111/brv.13036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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