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의혹에 6선 발목 잡힌 정우택…충북 정가 '술렁'
윤갑근 아닌 서승우 선택 "경쟁력 고려"…야권 환영 성명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5선 중진인 국민의힘 정우택(청주 상당) 국회의원이 '돈 봉투 수수' 의혹에 발목 잡혀 충북 최다선과 국회 의장의 꿈을 접게 됐다.
그를 둘러싼 의혹이 확산하면서 중앙당이 14일 공천 취소라는 초강수를 둔 것.
지역 정가에서는 갑작스러운 정 의원의 중도 낙마 소식에 충격과 함께 향후 총선 판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꼬리 무는 의혹에 결국 공천 취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정 후보에 대한 불미스러운 상황이 지속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힘이 강조해 온 국민 눈높이 및 도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공천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공관위가 언급한 불미스러운 상황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돈 봉투 수수' 의혹이다.
국민의힘 청주 상당 지역구 공천 면접 심사를 하루 앞둔 지난달 14일 한 언론을 통해 정 의원이 한 남성으로부터 흰 봉투를 받아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보도는 이 CCTV 영상이 2022년 10월에 녹화된 것으로, 지역의 한 카페업자가 불법영업으로 중단된 영업을 다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정 의원에게 돈 봉투를 건넨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영상에 촬영된 인물이 본인인 것은 맞지만, CCTV에서 벗어난 장소에서 봉투 속 내용물은 확인해 보지도 않고 업자에게 곧바로 돌려줬다며 공천심사를 앞두고 벌어진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돈을 돌려받은 게 맞다"고 했던 업자가 돌연 "회유에 거짓말했다. 영상에 찍힌 것 외에 정 의원 측에 전달한 돈이 더 있다"고 밝혀 진실 공방은 경찰 수사로 번진 상태다.
이후에도 정 의원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 보도는 꼬리를 물었다.
지난 13일 한 매체는 카페업자와 정 의원 보좌관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토대로 금품이 오간 정황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 보도에서 공개한 녹음기록에는 의혹 제기 후 업자 측을 회유하는 발언, 정치후원금을 요구하는 발언, 금품 전달을 연상케 하는 발언, 사업권 획득 등 이권 개입을 예고하는 발언 등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이 직접 봉투를 받는 영상이 공개되고, 이에 대해 명확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의심 정황까지 이어지면서 국민의힘으로서는 '공천 취소'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충북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6선에 성공하면 차기 국회의장이 유력한 인물에 대해 공천 취소라는 강수를 둔 것은 충격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상대 후보 측이 이 의혹을 계속 제기할 경우 청주 지역구를 넘어서 전체 선거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이 중앙당의 판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5대·16대·19대·20대·21대(재보선) 의원을 지낸 정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6선에 성공해 국회 의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하지만 공천 취소로 그의 꿈은 사실상 무산됐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수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윤갑근 대신 서승우' 왜?
국민의힘 공관위는 정 의원의 대체자로 충북도 행정부지사 출신의 서승우 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을 우선 추천하기로 했다.
서 전 부지사는 앞서 청주 청원 경선에 참여했다가 김수민 전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청주 상당에는 정 의원과 공천 경쟁을 했던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있지만, 중앙당이 그를 배제하고 타 선거구 공천 탈락자를 선택한 것을 두고 의외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윤 후보가 이 선거구의 상대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봐서 서 후보를 추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전 고검장이 경선 과정에서 정 의원과 극명히 대립해 온 만큼 그가 정 의원 지지세력을 포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정 의원 측은 문제의 의혹 제기 배후에 윤 전 고검장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이날 성명을 내 "정 후보는 애초부터 공천하지 말았어야 하는 부적격 후보였다"며 "공천 취소는 지극히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녹색정의당 송상호 청주 상당 예비후보도 서면자료를 통해 "정 후보는 결국 오답이었다"며 "상당구민과 국민을 우롱한 국민의힘과 정 후보는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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