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협 불참한 출판계 간담회…유인촌 "독서 부흥 운동·도서관 지원 확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출판계 주요 단체들과 도서 저작권 보호, 세종도서 사업 개편, 독서 진흥에 대해 논의했다.
유 장관은 14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함께 주요 출판 관련 단체장들을 만나 출판계 현안들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출판인회의,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한국학술출판협회, 한국대학출판협회,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의 단체장들이 참석했다.
유 장관은 간담회를 시작하며 "초임 장관 시절부터 문화 범주가 한정적이란 문제의식을 갖고 출판을 문화 범주에 넣어 산업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올해 4~5월이면 벌써 내년 예산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는 시점이기에 오늘 각 단체 대표분들이 많은 의견을 주시면 내년 예산에 잘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1시간30분간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도서 불법복제가 만연해 어려움을 겪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
박찬익 한국학술출판협회장은 "대학교재와 학술교재로 경제를 유지하는 출판사들은 한계에 와있다"며 "과거 IMF 금융위기 시절에도 1000부에 달하던 발행 부수가 이제는 300부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3년에 걸쳐 판매하고 있다"고 불법복제 심각성을 전했다.
장주연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장은 "학술교재에 필요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출판사가 일러스트레이터 7명을 직접 고용하는 등 전문 학술 서적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출판사가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며 출판사의 노력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신선호 한국대학출판협회장은 "이제 학생들의 20% 정도만이 책을 구입하고 있는 실정인데, 처벌이 능사가 아닌 만큼 좋은 책이 지속 출판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며 "이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인식개선을 위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자를 대상으로 저작권 교육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유 장관은 "2008년 장관이 되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분야가 저작권"이라며 "당시 많은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저작권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학술교재 관련해서는 아직 독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지속적으로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알려 인식을 개선하는 데 힘쓰겠다"고 답했다.
참석자들은 케이-북 수출을 위한 체계적 지원도 요구했다.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케이-콘텐츠 다음 주자는 케이-북이 될 것이고 지금이 케이-북 지원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국내에 등록 출판사가 10만여 개이고 1년에 책을 1권 이상 출판하는 출판사가 6000개 이상일 정도로 다품종 소량 생산의 특성을 가진 출판계 특성상 900권 숫자는 어떻게 보면 많은 숫자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세종도서의 지원을 받아 양서를 발간하고 있는 작은 출판사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우수한 책이면 900종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지원할 것"이라며 "다만 지원 종수를 정해두고 이에 맞춰 선정하다 보니 좋은 책 발간 지원이란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이를 개선해 정말 좋은 책을 선정하고 책에 대한 지원을 늘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주어진 예산만큼 진행하지만, 내년에는 더 충분한 예산을 갖고 정말 우수한 도서라면 모두 선정하도록 진행하겠다"며 "선정은 출판계에서 하는 만큼, 나중에 부끄럽지 않은 책으로 선정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영은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은 "책 저작권 수출을 중심으로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케이-북 수출과 관련해 "최소 내년까지 공공기관 출진원이 주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이로 인해 출판계 현장에 피해가 가지는 않도록 하겠다”며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독서 인구 감소 상황에 대대적인 독서 운동이 일어나야한다는 참석자들의 건의도 이어졌다. 고영은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 전체가 나서서 책 읽기 운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독서 진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유 장관은 "4월23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을 기점으로 독서 부흥 운동을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인문학 진흥 차원에서 국립국어원, 세종학당, 한글박물관에 인문학을 퍼뜨릴 수 있는 역할을 주문하는 등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도서관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도서정가제 개선과 관련해 지역서점 할인율 유연화는 할인 여력이 없는 지역서점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건의했다.
유 장관은 "서점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아직 시간이 있다"며 지역 서점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업계 의견을 꾸준히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내 최대 규모 출판단체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불참했다.
유 장관은 "오늘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참석하지 않아서 아쉽다"며 "지속적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름의 상황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전날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내부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했다"며 "문체부에서 정책적인 결정을 모두 진행하고 갑자기 대화하자고 하니 진정한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출협은 지난 1월 정부에서 웹툰·웹소설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를 추진한다는 내용에 특히 반발하고 있다. 앞서 출협은 유 장관에게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청했지만 도서정가제 개정 등 정책 방향을 결정해 발표한 후 간담회를 갖는 것은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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