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승승' 두산, 왜 벌써 지는 법을 잊었죠?…국민타자가 바라던 그림 그려진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지는 법을 잊었다. 시범경기 4전 전승 행진을 이어 가며 정규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두산은 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서 7-2로 이겼다. 타선은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KIA 마운드를 몰아붙였고, 마운드는 투수 8명이 단 2점만 내주는 짠물 릴레이 호투를 펼쳤다. 시범경기는 점검의 의미가 더 크기에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기분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승엽 두산은 4번타자 김재환의 부활 조짐이 가장 반가울 듯하다. 김재환은 지난해 132경기에서 타율 0.220(405타수 89안타), 10홈런, 46타점, OPS 0.674로 부진했다. 2016년 주전으로 도약한 이래 최악의 타격 성적표였다. 김재환은 스스로 휴식을 사치로 여기고 시즌을 마치자마자 특훈을 시작했다. 마무리캠프 기간에는 이 감독과 일대일 특타를 진행하면서 기본을 다시 다잡는 데 집중했고, 마무리캠프를 마친 직후 한 달 동안은 미국으로 건너가 강정호에게 타격 레슨을 받았다. 강정호는 은퇴 전까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강정호는 김재환이 답답하게 느꼈던 포인트들을 짚어줬고, 김재환은 그 문제를 잘 기억해 스프링캠프까지 좋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김재환은 이날 전까지 시범경기 3경기에서 타율 0.333(9타수 3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고무적인 건 장타 생산이었다. 안타 3개 가운데 2루타가 1개, 홈런이 1개였다. 김재환은 지난 9일 이천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투런포를 쳤는데, 밀어쳐서 왼쪽 담장을 넘겨 놀라움을 샀다. 김재환의 밀어치는 홈런은 정말 타격 컨디션이 좋을 때 나오기 때문.
김재환은 이날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KIA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이 3⅓이닝 8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 김재환은 1회 첫 타석부터 타점을 올렸다. 정수빈의 안타와 도루로 만든 2사 2루 기회. 김재환은 좌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적시 2루타를 날려 1-0 선취점을 뽑았다. 결승타이자 두산 타선에 불을 붙이는 한 방이었다.
4회는 선두타자로 나서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양석환이 좌전 2루타로 무사 2, 3루 기회로 연결했고, 강승호가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 3-0으로 거리를 벌렸다. 허경민과 박계범의 안타로 1사 만루 기회로 이어졌고, KIA는 네일에서 김대유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다음 타자 정수빈은 우익선상으로 빠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렸고, 이어 헨리 라모스가 좌익수 왼쪽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면서 7-0까지 도망갔다. 김재환, 양석환, 강승호에 라모스까지. 이승엽 감독이 올해 중심 타선으로 고려하는 타자들이 안타를 펑펑 치고, 정수빈과 허경민 등 타선에 짜임새를 더할 타자들까지 거드는 매우 이상적인 공격 흐름이었다.
마운드의 흐름도 좋았다. 선발투수 곽빈은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연습 경기를 펼칠 '팀 코리아' 멤버로 발탁돼 이날 짧게 던지면서 몸만 풀기로 했다. 곽빈은 1⅔이닝 27구 무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가장 경계하는 4사구가 2개가 나와 아쉬움을 샀지만, 구위 자체는 좋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1㎞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은 149㎞를 찍었다. 곽빈이 직구를 가운데로 꽂아도 KIA 타자들의 방망이가 늦게 따라 나올 정도로 볼끝도 좋았다. 슬라이더(5개)와 체인지업(4개), 커브(2개) 등을 두루 섞어 점검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곽빈 이후 박신지(1⅓이닝)-이병헌(1이닝)-박정수(1이닝)-김명신(1이닝 1실점)-최종인(1이닝 1실점)-박치국(1이닝)-정철원(1이닝)이 이어 던졌다. 이병헌, 김명신, 박치국, 정철원 등은 필승조로 개막을 맞이해야 할 선수들인데, 박치국과 정철원은 각각 탈삼진을 2개씩 기록할 정도로 힘 있는 구위를 자랑하면서 나란히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마무리투수 후보인 정철원은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에서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아 신인 김택연에게 밀릴 위기에 놓여 있었는데, 이날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며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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