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함에 펼친 용지 쏘옥… ‘푸틴 출마’ 러 대선 투표 모습 보니

박선민 기자 2024. 3. 14. 16: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네츠크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자신의 집에서 이동식 투표함에 접지 않은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대선 사전투표가 익명성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선거관리 직원들이 투명한 투표함을 들고 가정집을 방문하고, 군인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접지도 않고 투표함에 넣는 모습 등이 공개되면서다.

13일(현지 시각)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등 4개 지역에서는 지난 10일부터 사전투표가 진행됐다.

문제가 된 건 익명성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선거 방식이다. 현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투표함에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넣었다. 바로 앞에선 선거관리 직원들과 무장한 군인들이 이 같은 모습을 지켜봤다.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용지를 접지도 않았다.

선거관리 직원이 군인을 대동해 유권자 집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자포리자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유권자의 안전을 걱정한다”며 “투표를 위해 집을 나올 필요가 없다. 우리가 직접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들고 여러분의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홍보하기까지 했다. 이 경우 유권자는 선거관리 직원 바로 앞에서 기표를 하고, 투명한 투표함에 용지를 넣어야 한다. 사실상 익명성 보장이 어려운 셈이다.

도네츠크에서 무장 군인이 투표함 옆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한 여성이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경기병이 접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도네츠크의 한 노인이 선거관리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일부 주민 사이에서는 비밀 투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왔다. 자포리자 주지사 이반 페도로프는 “우리 시민들은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며 “러시아인들이 군인을 대동해 집까지 찾아워 ‘푸틴에게 투표할 거냐’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살기 위해 ‘그렇다’고 답할 것”이라고 했다.

헤르손의 한 주민은 영국 BBC 방송에 익명을 요구한 채 “선거 관계자들이 무장한 군인들과 함께 투표함을 가지고 집을 방문한다”며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유권자 명부와 투표함을 들고 있는 관계자 최소 2명에, 기관총을 들고 있는 군인이 서 있는데 이게 무슨 선거냐”며 “이건 코미디쇼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편 러시아의 일반 투표는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이번 대선에서는 최초로 온라인 투표도 도입됐다. 집에서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 투표 사이트에 접속해 디지털 코드로 신원을 확인하고 원격으로 기표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로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공정한 선거 감시가 어려워져 조작이 가능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개표는 선거가 끝난 즉시 시작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3주 후 2차 투표를 시행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1일 친정부 성향인 러시아여론조사센터 브치옴(VTsIOM)의 여론조사 결과 푸틴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은 82%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러시아 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의 레오니트 슬루츠키 등 다른 후보들의 예상 득표율은 5∼6%에 그쳤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