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연이은 금융사고…내부통제 정상 작동 시그널?
“사후 적발보다 사전 차단 강화해야…기술적 접근 필요”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최근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에서 100억원대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진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지속적으로 은행 내부 감찰 과정에서 사고를 밝혀내면서 내부 시스템 강화의 '성장통'이란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더 엄격한 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은행은 자체 적발 강조…내부통제 제대로 작동한다는 근거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경기 안양시 한 국민은행 영업점에서 10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사고가 발생했다. 대출 실행 과정에서 여신 담당 직원이 상가 건물의 매입가가 아닌 분양가로 담보가치를 산정해 금액을 부풀려 대출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상가는 수년간 미분양 상태였기 때문에 원분양가보다 싼 값에 분양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해당 직원이 담보가치를 모두 원분양가로 산정하면서 과다 대출과 배임이 발생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자체 감사 결과 해당 금융사고를 적발해 금감원에 보고했고, 금감원은 지난 11일부터 현장 검사를 실행하고 있다.
앞서 농협은행도 지난 5일 109억원 규모의 배임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농협은행 또한 자체감사를 통해 해당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직원을 형사 고발한 상태다. 시중은행에서 이 같은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에선 두 사고 모두 은행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사고가 적발된 것이니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최근 은행들이 내부통제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이전보다 개선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에서도 그간 내부통제가 허술했던 부분을 인식해 변화하고 있지만, 직원 개인의 일탈까지 세밀하게 방지하긴 어려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초점은 '내부 통제 강화'…제도 개선 실효성 있어야
실제로 금융당국이 은행 내부통제 강화에 시동을 걸면서, 은행권에서도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2년 4월 우리은행에서 600억원대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당해 11월 금감원에서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집중 관리에 들어가면서다.
특히 지난해 12월 금감원은 당초 혁신방안에 대한 개선안을 발표하고, 준법 감시 인력 확충 등 장기 과제의 시행 시기를 앞당기며 내부통제 강화의 고삐를 당겼다. 시중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내부통제 관련 조직개편을 비롯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당국의 기조에 응하려 애쓰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지배구조법도 강화된다. 내부통제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진까지 제재할 수 있는 책무구조도를 포함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은행들은 내부통제 미흡에 대해 어떤 임직원이 어떤 책임이 있는지 사전에 명확히 규정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그간 금융사고가 터져도 법적 처벌을 피해왔던 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짐에 따라 내부통제가 더 엄격해지는 셈이다.
은행권을 대표하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도 지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은행연합회가 중심이 돼 금융당국과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는데도 금융 횡령 사고는 끝이 없다"면서 "그동안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부통제 개선의 실효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에서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된 금융사고 이외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했던 만큼 금융사고 사전 예방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은행에서 내부직원에 의해 발생한 금전사고는 149건에 달한다. 1년에 약 30번 꼴로 내부통제 미흡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피해금액도 1962억원으로, 전체 업권에서 두번째로 많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감사 시스템은 존재했지만, 내부통제 전반에 대해선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논의가 뒤쳐진 부분이 있다"며 "금융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고 관리·감시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은행의 경우 워낙 많은 거래 업무가 일어나다 보니 사람이 일일이 관리하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며 "정부와 은행 차원에서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부분의 디지털화를 강화하는 등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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