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악몽' 올해도…금감원 '제재' 수위 올릴까

이경남 2024. 3. 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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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국민은행서 100억대 '배임사고' 연이어 발생
이복현 원장 "법적 최고 책임"경고도…엄중대응 관측

연이은 대규모 은행권 횡령 사고에 대한 최종 수습이 마무리 되기도 전에 또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배임 사고가 적발됐다.

사모펀드 손실 사태(DLF·라임펀드), 횡령 등 잇단 금융사고 이후 금융사에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해 놓은 상황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니 만큼 금융당국이 더욱 엄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번에 적발된 배임사고들의 경우 횡령 사건 발생 시 금융사가 주장했던 '개인의 일탈'이 아닌 금융사의 시스템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어 징계 수위가 더 커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농협·KB국민은행에서 무슨일이

지난 5일 NH농협은행은 109억원 규모의 배임 혐의를 받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뒤이어 지난 13일엔 KB국민은행에서 104억원대 금융사고(배임 혐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건은 금액뿐만 아니라 혐의를 받는 지점까지 비슷하다. 

농협은행의 경우 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대출차주가 받으려는 담보물의 매매계약서상 거래금액과 실거래금액을 달리 해 대출을 더 내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소위 '업계약'이라 불리는 행태와 비슷하다. 실제거래금액보다 매매예약서 상 거래금액을 더 높게 잡아 담보물의 시세를 올린 것이다. 담보물의 가치만큼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KB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사고도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 한 지점은 상가 대출을 취급하면서 담보가치를 최초 상가 원분양가로 산정했다. 이 상가는 수년간 '미분양' 상태였기 때문에 현재 담보가치는 원분양가보다 낮은 상황이었다. 

즉 두 은행모두 담보물의 실제 가치보다 더 많은 대출을 내어준 것이다. 이 경우 대출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배임'으로 정의된다.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고강도' 제재 나설까

농협은행 배임 사고의 경우 지난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장기간 이뤄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해당 사고가 지난해 하반기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에 더욱 긴장감을 갖는 데는 금융사고로 인해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연일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9년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 2023년 경남은행 3000억원대 횡령 및 고객 정보 무단 사용, 불법 계좌 개설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사고 방지를 위한 '시스템', 즉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고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로 인한 금융사고 발생 시 "법적 최고 책임을 묻겠다"라며 강력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번 배임사고의 경우 과거 횡령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개인의 일탈'이라고 얘기했던 금융회사들의 항변도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한 영업점 직원은 "대출 금액이 큰 담보대출 건이었던 만큼 담당 직원 뿐만 아니라 영업점 내에 추가 인원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묵과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은행 전체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돼 금융당국이 더욱 엄정하게 처벌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은행 안팎에선 이같은 사고가 실적압박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은행 한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영업점의 실적 압박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본다"라며 "여신이 정상적으로 회수되고 적발되지 않았다면 해당 직원의 고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일단 현장 조사 결과에 나서 보다 자세한 경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두 은행에 대해 검사가 진행 중이며 검사가 마무리 되면 이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과거 배임과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금감원은 경중에 따라 해당 지점에 대한 과태료 및 과징금 처분, 업무 일부 정지 등의 기관 제재와 임직원에 대한 면직, 감봉, 자율처리 등의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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