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신인왕, MVP의 MIP, 식스맨상 금지 규정 논란…그럼 주희정과 김주성, 정성우는 잘못된 수상이었나

김경호 기자 2024. 3. 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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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수상자는 기량발전상 후보가 될 수 없다는 KBL의 새 수상규정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논란의 대상인 SK 오재현이 지난 1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KBL 포토



프로농구 서울 SK 전희철 감독은 지난 13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홈경기에 앞서 “자격 조건이 변경돼 오재현이 기량발전상 후보가 될 수 없어 정말 속상하다”고 말했다.

2020-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에 SK에 지명된 프로 4년차 오재현은 올시즌 강력한 ‘기량발전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큰 발전을 이뤘다. 지난 시즌 팀의 전경기(54)에 출장해 평균 6.6 득점, 1.5 어시스트, 2.4리바운드를 기록한 그는 올해도 전경기(47)에 출장하면서 평균 11.5 득점, 2.7어시스트, 2.7리바운드로 팀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데뷔 시즌 37경기 출장, 평균 5.9득점, 1.6어시스트, 2.3리바운드를 기록하고 2라운드 지명선수로 신인상을 받았을 때와 비교하면 더욱 눈부신 성장이다. 최근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 만큼 기량과 눈높이에서 한 단계 이상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기량발전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 KBL이 올 시즌에 앞서 각종 수상 기준을 정비하면서 기량발전상, 우수후보선수상(식스맨상) 수상자는 과거 MVP나 신인상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KBL 관계자는 “그간 빛을 보지 못하던 선수가 큰 성취를 이룬 것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든 상이기에 이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스타급 선수에게는 걸맞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더 많은 후보급 선수들이 수혜자가 되고 의욕을 살릴 계기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KBL 대회요강은 기량발전상(MIP) 대상자를 ‘정규경기에 출전한 모든 국내선수중 1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10개 구단이 구단별로 최적 후보를 1명씩 추천해 압축한 뒤 취재기자단 투표로 선정한다. 비계량 부문에 자격 제한을 두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누가 수상에 적합할지 후보를 둘러싼 토론의 기회도 사라진다.

KBL 대회요강대로 비계량 부문 수상은 제한없이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게 타당하다. 판단을 대다수 투표권자에게 맡기면 된다. 신인왕은 완성된 선수가 아니고 더욱 발전할 여지를 안고 있는 신예일 뿐이다.

새 규정은 2016년 LG에서 신인상을 받고 2022년 KT에서 기량발전상을 받은 정성우의 성취를 퇴색시킨다. 과거 신인상, MVP를 모두 받았던 주희정과 김주성이 말년에 비주전으로 팀에 충실히 기여했다고 식스맨상을 주며 박수를 보냈던 스스로의 역사도 부정하는 셈이다.

KBL은 바뀐 규정이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을 담고 있는지, 오래도록 지속가능한지 열린 마음으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땐 틀렸고, 지금이 옳다’는 강한 ‘소신’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다시 도마에 오를 ‘고집’일 수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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