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아직 못 미더운' 국민연금, "구체적 방향 나와야"
밸류업 관련, "방향 찬성하지만 정책 구체성 없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 정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과 관련, 국민연금은 자금투입을 결정하기에는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은 14일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기금운용 성과와 함께 향후 운용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석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밸류업을 적극 찬성하지만 현재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구체적인 방향이 나와야 (국민연금이) 자금 투입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금융위원회가 연기금·기관투자자들을 불러 밸류업 성공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지만, 정책의 구체성을 확인한 이후 자금 투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만으로는 국내 주식 투자자금 확대 등을 결정하기에는 못 미더운 상태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의 자율성에 초점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표본으로 삼고 있는 일본 역시 증시 상승을 이끄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 곳 중 하나로 공적연금(GPIF)을 꼽는다.
실제로 GPIF는 2014년 아베정부 때 나온 자기자본이익률(ROE)상위 400곳을 모아둔 니케이 400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부터 도쿄증권거래소가 추진 중인 저PBR 해소 정책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를 위해 GPIF는 ESG평가 요소 중 하나로 자본효율성이나 주가를 의식한 경영활동을 책임투자의 중점 과제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GPIF의 자산배분 현황은 국내주식(24.66%)과 해외주식(25.14%) 비중이 유사하다. 채권 역시 국내채권(25.77%)과 해외채권(24.44%) 비중이 고르다.
자국 주식을 해외 주식과 대등한 비율로 보유하고 있는 GPIF와 달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줄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비중은 14.3%인데 반해 해외주식 투자비중은 30.9%다. 국내주식 대비 해외주식 투자비중이 무려 2배 높은 것이다. 10년전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20%였으나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손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국내주식 비중은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하고 있다"며 "그동안 기금위가 2010년대 중반부터 해외투자 비중을 늘렸고 국내주식 투자의 절대적인 금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이 작동하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원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글로벌 주식만큼 한국주식에서도 성과가 나오면 (밸류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방향성에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이 없고 현재 구체화하는 과정이어서 저희도 밸류업 자문단에 참여하면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고, 재차 '구체성'을 언급했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지난해 성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은 13.59%를 기록했고 연간 운용수익금은 126조7000억원을 거둬들였다. 그 결과 전체 적립금은 1035조8000억원이 쌓였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를 시작한 이래 누적수익률은 해외주식이 11.04%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해외 대체투자(10.05%), 국내 대체투자(7.67%) 순으로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주식 누적수익률은 6.53%로 해외주식 누적수익률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기금운용본부는 오는 2040년 기금 최대적립금 1755조원을 찍은 뒤 기금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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