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박용진, 박광온···예외없는 비명횡사, 민주당 본선 경쟁력은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중량급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거나 배제된 결과가 나오자 당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현역의원이 대거 교체된 것이야말로 공천혁명인 만큼 국민들 지지를 받는데 문제 없단 반론도 있다.
김영주 의원은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향했고 설훈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홍영표·박영순 의원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입당했다. 박광온·전해철·김한정·박용진·송갑석·윤영찬 의원은 경선에 임했지만 감점 페널티를 극복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결과적으로 10명 모두 민주당에서는 공천을 못 받았다.
국회부의장, 장관, 원내대표 출신으로 한 때 민주당 중추 역할을 했던 이들이 떨어져 나가자 일각에서는 본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서울 득표율 1위를 기록할 만큼 지역 기반을 탄탄히 다져왔다.
빈 자리는 주로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박광온 의원 지역구인 경기 수원정에는 이재명 당대표와 정조대왕을 비교했던 김준혁 한신대 부교수가, 전해철 의원 지역구인 경기 안산갑에는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이, 박용진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에는 정봉주 전 교육연수원장이,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성남 중원구에는 이수진 현 의원이 각각 후보로 선출됐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 경선은 대부분 지역구 권리당원투표(당원투표)와 일반국민투표(국민투표)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국민참여경선' 형태로 진행된다"며 "국민투표 ARS(자동응답전화) 응답률이 통상 3~5%로 저조한 반면 당원투표 응답률은 60~70%가 나온다. 당원들 색채가 친명으로 강화된 만큼 친명계 후보들이 조직력있는 지지를 받아 경선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경선에서 드러난 당심과 민심이 일치하는지 여부다. 본선에 가면 당원들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도 투표장을 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민투표 응답률이 1~2%에 그쳤다는 지역이 꽤 된다"며 "일반 국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낮은 관심이자 총선 자체에 대한 저조한 관심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민주당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통상 낮은 투표율은 선거에서 진보 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당심과 민심이 일치했다고 봤다. 박범계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지난 8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민심과 당심이 일치하다고 본다"며 "한 3~4% 차이가 있는 곳이 있는데 놀랍게도 양자의 흐름이 거의 일치한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계파를 떠나 현역이 대거 물갈이된 것은 '공천혁명'이라고 봤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당원의 당이고 국민이 당의 주인이란 사실을 경선으로 증명했다"며 "이번 민주당 공천은 공천혁명"이라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들은 정부 심판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사람들일 것"이라며 "더 열심히 투쟁할 후보들을 당원들이 뽑은 것이다.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게 지역 여론"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특히 공천 과정에서 계파 차등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친문(친문재인)계로 알려진 고민정 의원 등이 서울 광진을에 단수공천됐고 친명 김의겸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했단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선택으로 총선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불안감은 최근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후보를 내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 준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총 3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기로 했다. 새진보연합에서 3명, 진보당에서 3명, 연합정치시민회의(시민사회)에서 4명, 민주당에서 20명이다.
민주연합이 통합진보당 후신으로 여겨지는 진보당과 연대할 뿐 아니라 최근 시민사회에서 반미단체 활동 이력을 가진 후보를 당선권에 배치하기도 하자 정치권 일각에서 논란이 됐다. 결국 시민사회계에서 추천했던 전지예·정영이 후보는 자진사퇴했다. 또다른 시민사회 후보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도 심사 과정에서 공천배제됐다. 시민사회는 즉각 공천배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성민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YTN 라디오 '신율의 정면승부'에 나와 "반윤연대라는 목적으로 야당과 연대를 하는 것은 좋은데 이제 그게 어떻게 보면 민주당까지 공격받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가며 빌미를 줘가면서까지 연대가 확장되는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진보정당들과 손잡는 양상 외에도 민주당 내 운동권 세대교체 과정에서 민주당의 성향이 한층 더 왼쪽으로 옮겨가고 있단 분석도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대표되는 당내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운동권 세대'는 한 발 물러서게 했지만 '97 세대'에 해당하는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출신들이 당내 영향력을 갖기 시작했단 분석이다.
공천을 받는 데는 실패했지만 유력한 예비후보로 거론됐던 강위원 이재명 당대표 특보는 한총련 5기 의장을 맡았었고, 총선 출마설이 나왔던 정의찬 당대표 특보도 한총련 산하 남총련(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을 지냈었다. 두 특보 모두 친명 인사로 분류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논란에 대해 머니투데이 더300과 통화에서 "유권자들이 비례정당에 투표할때 (민주연합보다) 조국혁신당을 좀 더 선택할 것"이라며 "(최근 일부 비례 후보가 컷오프된 것은) 중도층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던 결정일 것이다. 다만 후보로 선출됐다 다시 번복하는 과정 자체가 국민에게는 부정적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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