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먹구름 몰려오는 의료현장…"교수들 빠지면 병원 문 닫아야"(종합)

김영봉, 조소현, 황지향, 이윤경 2024. 3. 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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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 신청 6000명↑교수 사직 결의 늘어나
환자들 불안 커져 "교수들 사명감 가져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4일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수술 등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파업하면서 병원에 남은 간호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접수 창구가 대기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 ┃ 사건팀]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4주째를 맞아 병원은 별다른 혼란 없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제자들 피해를 막기 위한 의대 교수 집단사직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의료현장은 완전 마비 상태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 정부 "응급의료기관 안정적"…의대생·교수 집단행동은 확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4일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수술 등이 최근 안정세라고 판단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공의 근무지 이탈로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수술 등 전반적인 의료 이용이 줄어든 이후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며 "입원환자는 다소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첫 주 하루 평균 입원환자는 지난달 첫 주 대비 36.5%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5% 회복한 뒤 13일에는 6.4% 늘었다. 중환자실 입원환자도 평상시와 유사한 3000명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응급의료기관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박 차관은 "전체 408곳 중 97%에 해당하는 397곳이 병상 축소 없이 지속 운영되고 있다"며 "지난 12일 기준 지난주 대비 중증 응급환자는 2.2% 늘었고, 중등증 이하 응급환자는 4%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공의들 복귀 움직임은 미미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복귀를 원하는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에 들어간 핫라인(직통전화) 등 '전공의 보호·신고센터'에 전날 약 10건의 전화가 걸려 온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신규로 접수된 애로사항은 없었다.

의대생과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누적 6051명까지 증가했다. 전체 의대생의 32.2%가 휴학을 신청한 것이다. 정부가 집계에서 제외한 절차와 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휴학 신청까지 합치면 지난 8일 기준 누적 1만4081건(74.9%)에 달한다. 각 대학은 동맹휴학을 승인하지 말라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휴학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수업 거부는 전날 6개교에서 확인됐다.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총회를 열고 정부의 전공의와 의대생 제재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기로 결의했다. 전체 교수 260여명 중 217명이 투표에 참여, 89%가 사직서 제출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충북대 의대·충북대병원 교수 90여명은 전날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정부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사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의견 수렴을 거쳐 사직 여부를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의 89.4%는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을 제재할 경우 사직서를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원광대 의대 교수의 97.1%도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가해질 경우 개별적으로 사직서 제출 등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피켓이 설치돼 있다. /이새롬 기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오후 온라인 회의를 열고 의대생 집단휴학과 전공의 이탈 사태 등을 논의한다. 이날 회의에선 교수 집단행동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조선대 의대 교수평의회도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소집해 의대생과 전공의 관련 의견을 나눈다.

지난 12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 전국 19개 의대 교수 대표들은 오는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의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인 방재승 교수는 "대학별로 사직 여부 결정을 해서 오라고 했다"며 "내일 저녁 7시 온라인 회의에서 그 결과를 취합할 것"이라고 전했다.

◆ 남은 의료진도, 환자도 의료공백 우려…정부는 막바지 설득

전공의 복귀가 기약이 없는데다 의대 교수들마저 집단사직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료현장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서울 ‘빅5’ 병원 한 간호사는 "드레싱이나 삽관 등은 너무 위험한 처치라서 교수가 붙어서 하는데, 확연히 힘들어질 것"이라며 "교수들이 없으면 병원 문 닫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임상병리사는 "교수들이 진료를 아예 안 보게 되면 완전 마비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교수들 빠지기 전에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환자들 불안도 증폭되는 상황이다. 유방암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이모(46) 씨는 이날 "응급 치료는 끝났고 남은 증상들 치료 중인데 교수들이 빠지면 문제일 것"이라며 "암이다 보니 재발의 위험성이 크다. 이전 검사에서도 약간 다른 소견이 있어서 검사부터 진료까지 쭉 이어져 있는 상태인데, 교수들 공백이 생기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뇌신경센터를 찾은 정모(75) 씨는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하는 건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혼란스러운데 집단행동하면 환자들만 더 불편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를 방문한 조모(59) 씨도 "위가 많이 찢어져서 병원을 왔는데 아직은 불편함을 느끼는 건 없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의사의 도덕이란 게 있는데 교수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지 돈벌레로 전락하면 교수님이 아니라 교수놈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날도 의대 교수들을 향해 자제를 촉구하며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전북대에 이어 이날 가천대를 방문해 총장, 의대 학장 등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그 누구보다 애써 왔던 의료인으로서의 존엄성을 스스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의대 교수들이 비대위를 구성하는 등 집단행동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의료 정상화는 미래 의료계의 주역인 의대생 여러분과 의료 인재를 키워내고 있는 의대 교수 여러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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