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의 해외 공장 짓기…일본 '착착' vs 미국 '지지부진'
미국, 보조금 미확정 및 노조와의 갈등으로 늦어져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과 미국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조적인 진행 상황이 눈길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TSMC의 일본 공장 건설은 현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두 공장 건설의 전개 상황은 첨단기술 투자에 대한 양국 정부의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의 양배추밭 한가운데 축구장 40개 크기의 부지에는 채 2년도 되지 않아 86억달러(11조3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섰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제조 허브의 부활을 꿈꾸며 TSMC에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공장 건설을 위해 수천 명의 노동자를 구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지난달 준공식이 열린 이 공장은 TSMC의 자회사 JASM이 운영을 맡으며, 예정대로 올해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TSMC는 태평양 건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도 공장을 짓고 있지만 일본에서 진행되는 것과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정확한 자금 지원 제공 약속을 하지 않았다.
보조금을 둘러싼 양측 협상은 2022년 미국의 반도체과학법 이후 1년 반 넘게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TSMC 등 첨단 반도체 제조업체들에 약 280억달러(36조9천억원)를 지원할 수 있지만 700억달러(92조2천억원) 이상의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TSMC는 공장 건설에 필요한 대만 기술자들을 데려오는 일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현지 노조 단체들은 공장 건설을 지원하기 위한 대만 기술 인력의 비자 제공을 막고자 했으며, 지난해 12월에야 TSMC가 현지인 채용에 집중하되 전문 경험을 갖춘 외국인을 들여올 수 있다는 쪽으로 합의가 됐다.
또한 애초 건설 계획에서도 후퇴해 첫 공장을 올해가 아닌 내년에 열기로 했으며, 두 번째 공장도 2027년 혹은 그 이후로 최소 1년 미루기로 했다.
물론 두 프로젝트는 동일하지 않아, 미국 공장은 더 크고 더 첨단 반도체를 만들 예정이다. TSMC도 구성이나 규모로 볼 때 두 프로젝트를 곧이곧대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일정은 양국 정부의 첨단 투자 프로젝트 진행과 관련해 경험과 자금조달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의 최고경영자(CEO) 가와이 토시키는 "아시아에는 속도를 중시하는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그 차이를 설명했다.
일본은 TSMC 파트너인 소니의 도움을 받아 TSMC를 설득, 첫 번째 일본 공장을 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로는 공사를 제때 끝내기 위한 속도전이 펼쳐졌다.
일본에서는 미국의 공사 개시 약 10개월 후인 2022년 4월에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가 가장 활발 때는 약 6천500명의 노동자가 일본 남부의 작은 마을 현장에 내려와 24시간 내내 일했다.
구마모토현 지사인 가바시마 이쿠오는 '이런 규모의 프로젝트를 마치는 데는 통상 10년이 걸린다'는 한 건설 관리자의 말을 회상하면서 "일본 전역의 모든 건설 크레인이 이곳에 모여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미국 피닉스에서도 수천 명의 노동자가 총 400억달러(52조7천억원)가 투자되는 두 개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숙련 인력 부족과 건설비 상승, 지역 노동조합과의 갈등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TSMC는 최대한의 지원을 얻기 위한 협상을 벌이면서 공장 준공일을 연기하고 있다.
지난 1월 TSMC 류더인 회장은 피닉스의 두 번째 공장에서 첨단 유형의 반도체가 제조될지를 결정하는 데는 정부의 인센티브가 한몫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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