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막말 정봉주 공천 취소…“목함지뢰 피해 용사에 대한 거짓 사과로 국민께 심려”

이유진·문광호·신주영 기자 2024. 3. 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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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세종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 방문을 마치고 출발하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14일 ‘목발 경품’ 등 막말 논란이 불거진 정봉주 서울 강북을 후보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4·10 총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후보는 이날 가정폭력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 후보의 발언을 두고 “오래전 발언”이라며 두둔했던 이재명 대표는 “문제의 심각성을 저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10시30분쯤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는 경선을 1위로 통과한 강북을 정봉주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용사에 대한 거짓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바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이날 5·18 폄훼 막말 논란에 휩싸인 도태우 대구 중·남 후보의 공천 취소를 발표하자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는 2017년 7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스키장 활용 방안과 관련해 패널들과 대화하며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는 2015년 8월 경기도 파주시 DMZ에서 수색 작전을 하던 군 장병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인해 다리를 잃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건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에 정 후보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사과받은 바 없다고 반박하며 해명마저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정 후보는 이날 SNS에 재차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면서 해당 장병들의 연락처를 구하지 못해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의 막말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 후보는 지난 1월4일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실시간 댓글창을 확인하며 “왜냐하면 댓글을 봐야 한다. 이게 벌레가 많이 들어왔나, 진보가 많나, 보수가 많나”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진행자가 “사람들이 말 험하게 쓰면 벌레냐. 약간 막말에 가깝다”고 지적하자 “바퀴벌레 딱 나오면 벌레가 나왔다고 하지”라며 말했다. 과거 금태섭 전 의원을 향해 욕설하며 “전국 40개 교도소 통일된 조폭이 내 나와바리(구역)”라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가정폭력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UPI뉴스는 이날 법원 판결문을 근거로 정 후보가 2001년 가정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서울북부지법에서 벌금 50만원형을 선고 받았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해당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정 후보에게 여러 차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연락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공천 심사에 참여한 한 인사는 “가정폭력 건은 심사에서 논의된 바 없고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미만의 사건은 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명부 전과기록에 나오지 않는다. 민주당은 예비후보자들에게 벌금 100만원형 이하 등 “범죄경력회보서에 나오지 않는 범죄와 수사기록도 모두 기재해야 한다”고 공지했으나 강제성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동영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은 과거 2011년 부인을 폭행한 가정폭력 전과가 뒤늦게 드러났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참담하다”며 “민주당은 ‘상습 막말’ 정봉주 후보의 공천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전 중구 민생현장 기자회견에서 정 후보 막말 논란과 관련 “국민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치인은 자신의 모든 행위에 책임져야 하므로 우리도 매우 엄중하게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며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해 상응하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정 후보에 대한 윤리감찰에 착수했다는 보도를 두고는 “사안이 복잡하지 않아 윤리감찰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전날과 확연한 온도차를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 동작을 지원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 한 분이 과거 오래전 특정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본인이 발언 직후 사과했고 영상도 즉각 내렸다”며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 후보의 목발 경품 발언을 두고 ‘아주 오래전’이라며 두둔한 것인데, 이 대표가 지난 11일 장예찬 국민의힘 후보(부산 수영)의 10년 전 발언(“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이중잣대란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가 정 전 의원을 배제한 것은 국민의힘과 혁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날 5·18 폄훼 막말 논란에 휩싸인 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취소한 지 약 10분 만에 정 후보 공천 취소 사실을 알렸다. 국민의힘이 이날 돈 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상당)의 공천을 취소한 것도 민주당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주말인 오는 16일 전후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재추천 절차를 의결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은 정 후보의 공천이 취소되더라도 경선에서 패한 박용진 의원을 서울 강북을에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경선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차점자가 공천받는 개념은 아니다”라며 “재추천 절차는 제3자 전략공천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규백 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도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정 후보가 잘리더라도) 제3의 인물이 가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내일(15일) 오전 재심위원회에 추가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 측은 “강북을 선거구의 전략선거구 지정은 당규 제10호 제13조(선정심사)에 있는 내용에 위배되는 당규 위반사항”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이날 민주당 서울 강북을 공천 경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정 후보 측의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돼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고가 들어와 (서울시선관위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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