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장사 영업이익 1위 현대차, 삼성전자 최하위
삼성전자 52년만에 조 단위 손실
지난해 11조원 넘게 영업적자
국내 상장사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반면 2009년부터 14년 동안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지키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14일 이 내용을 담은 ‘2023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 VS 꼴찌 기업 비교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기준 영업이익은 2023년도 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다. 모기업을 포함해 종속 기업까지 경영 실적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연결 재무제표라고 한다면 모기업에 대한 경영 현황을 보여주는 것은 별도 재무제표에 해당된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국내 상장사 중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올린 회사는 현대차였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6709억 원. 이전해 기록한 2조8285억 원보다 3조8424억 원 이상 많아졌다. 증가율로 보면 1년 새 이익이 135.8% 퀀텀점프했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현대차가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 자리에 처음 올라섰다. 현대차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영업이익 2위를 해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이때도 삼성전자와 영업이익을 비교해 보면 2~5배(倍) 정도 차이가 날 정도로 1~2위 간 격차는 크게 벌어졌었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기아는 지난해 영업이익 2위였다. 기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 3056억 원.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의 영업이익을 100이라고 하면 기아는 94.5 수준이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작년 한 해만 11조 5262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전해 기록한 영업이익 25조3193억 원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1년 새 수직낙하했다.
1969년 창업한 삼성전자는 창사 이후 55년 동안 영업적자를 본 것은 네 번에 불과했다. 영업손실을 본 네 번 중에서도 세 번은 창업 첫해인 1969년(-70만 원, 매출 대비 영업손실률 1.9%)을 포함해 1970년(-1700만 원, -5.3%)과 1971년(-2200만 원, -7.9%)으로 모두 창업 초기였다. 삼성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이 삼성전자의 문을 열고 초기 3년 정도만 적자를 기록했을 뿐 1972년부터 2022년까지 50년 넘게 영업이익 행진을 지속해오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조 단위 영업이익을 달성한 시점은 지난 1993년(1조 3087억 원)이다. 2004년에는 12조 168억 원으로 처음으로 10조 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쾌거도 맛봤다. 이 당시 삼성전자를 이끈 대표이사급 경영자는 5명이었다. 당시 직위 기준으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윤종용·이학수·이윤우 부회장, 최도석 사장 이렇게 5인방이 영업이익 10조 시대를 여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2004년을 포함해 삼성전자가 창업 이후로 작년까지 1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모두 13번 있었다. 이 중에서도 2018년에는 43조 6994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이때 삼성전자를 이끈 전문경영인은 당시 기준으로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해 김현석·고동진 사장이었다. 앞서 세 명의 대표이사가 재직할 때 올린 40조 원대 영업이익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에도 34조 8570억 원으로 삼성전자에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보였다. 이때 삼성전자를 이끈 전문경영인은 당시 권오현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신종균 사장 세 명이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2022년까지 14년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연속으로 지켜왔다. 그러던 것이 15년째가 되는 지난해에는 상장사 중에서도 가장 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연결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6조5669억 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51조 6338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22년 43조3766억 원으로 줄었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성장해 왔던 배경에는 경영 능력이 탁월한(Talent) 오너(Owner) 경영자와 전문경영인(Professional businessman)이 상호 융합하는 ‘T·O·P’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그런데 과연 지금의 삼성전자는 이런 TOP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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