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정봉주 두려운지 과거 막말로 공격" 2차 가해 논란

'정봉주 영웅화'하는 친야 세력
"적들의 농간에 놀아나지 말라"

친야(親野) 성향으로 알려진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의 '목발 경품' 발언이 논란을 빚는 이유에 대해 "정봉주가 두렵다는 뜻"이라고 사실상 정 후보를 두둔하는 주장을 폈다. 황씨뿐만 아니라 친야 성향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정 후보를 영웅화하는 모습까지 포착되고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DMZ(비무장지대) 피해 장병들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씨는 14일 페이스북에 "오래전 사과하고 삭제한 막말까지 들고나와 정봉주를 공격하는 건 정봉주가 두렵다는 뜻"이라며 "다음 22대 국회에서 정봉주가 제일 앞에 서서 싸울 것임을 그들도 잘 아는 것이다. 지금부터 기 싸움에 밀리면 22대 국회에도 기대할 게 없게 된다. 단단히 어깨 걸고 가자"고 썼다. 정 후보가 비판받는 이유가, 과거 발언 때문이 아닌 '정적 제거' 차원이라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친야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 후보를 응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정봉주 곧 의원에게 경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A씨는 "정봉주 곧 의원님!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간악한 적들의 농간에 놀아나지 마시고 당원과 국민만 보고 꼭 당선되셔야 합니다. 20년을 들판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생하신 걸로 모든 죄를 용서받았습니다. 화이팅"이라고 썼다. 이 글에는 "포기란 없지", "누가 정봉주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사실상 영웅화에 가까운 반응이다.

주요 당직자인 박진영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정봉주를 지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 후보를 옹호했다. 그는 "정치인이나 방송인에게 막말 논란은 늘 따라붙는 꼬리표 같은 것"이라며 "살다 보니 실수가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박 부원장은 지난 대선 이재명 후보 선거캠프에서 '음주운전은 대리비를 아끼고 싶은 서민의 고뇌'라는 취지의 글이 논란이 돼 대변인직에서 물러난 인물이다.

윤희석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야권에서 정 후보를 두둔하는 반응이 이어지는 데 대해 "정 후보의 그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정파적 이익에만 매몰된 무지성 주장"이라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을 향한 2차 가해"라고 했다.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서울 강북(을)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앞서 정 후보는 2017년 6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방송에서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거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2015년 8월 4일 경기 파주시 DMZ에서 우리 군 부사관 2명을 크게 다치게 한 북한의 목함지뢰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됐다.

최근 이 발언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정 후보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린다"고 1차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DMZ에서 목함지뢰로 다친 장병들이 '연락받거나 사과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고, 민주당은 사과의 진위를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정 후보는 이날 다시 사과문을 올려 "발언 후 목함지뢰로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는 당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제 발언을 비판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해 유선상으로 사과를 드렸다"며 "하지만, 당시 사고를 당한 김정원 상사와 하재헌 전 하사의 연락처는 구하지 못해 직접 사과하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은 정 후보가 당사자분들에게 사과한 사실이 없음에도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당선의 목적'을 가지고 허위의 글을 게시했다고 보고 이날 서울경찰청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