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양심적 병역거부’ 소신 밝힌 이재명, 임태훈 컷오프에는 침묵?
더불어민주연합이 14일 양심적 병역 거부로 수감된 이력이 있는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병역 기피’를 이유로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에서 배제한 것은 모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 이재명 대표도 과거 경기도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7년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임 전 소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공천 탈락 사실을 알리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이유로 정당한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람은 제가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 전 소장은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20번에 시민사회 추천 몫으로 내정됐으나 공천 심사 결과 ‘병역 기피’를 이유로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
임 전 소장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로 국제인권단체가 인정한 양심수이기도 하다. 그는 2004년 군형법의 계간조항(동성 간 성행위 처벌 조항)과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 징병검사에 저항하며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했고 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아 수감됐다. 국제앰네스티가 그를 양심수로 선정하고 석방운동을 벌였다.
임 전 소장 공천 배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인권 문제를 옹호해왔던 민주당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2012년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국회는 대체복무제 법안(병역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 대표도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7년 6월 SNS에 “이제 우리나라도 대체복무 도입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해야 한다”고 소신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논의는 신념 때문에 21개월 병역 대신 징역 2년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인권 문제”라고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권의 문제’라고 못 박은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임 전 소장 컷오프 문제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시 충북대 앞에서 임 전 소장 관련 질문을 받고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공천 문제는 더불어민주연합이 정할 일”이라며 “거기에 참여하는 시민사회, 소수정당, 민주당의 입장을 고려해서 합리적인 결정을 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제대로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 관계자는 “일부 보수 기독교계에서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한 임 전 소장 공천을 반대하니 다른 핑계를 들어 컷오프한 게 아니겠나”라며 “이 논리대로라면 앞으로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한 모든 후보자들은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파동은 민주당이 21대 총선 때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을 때와 판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호중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은 2020년 3월 비례연합정당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이념 문제나 성소수자 문제,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 간 연합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성소수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뽑은 녹색당을 연대 대상에서 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위성정당은 녹색당 대신 원외 정당인 ‘가자환경당’과 손잡았다가 가자환경당 후보마저 최종 공천에서 배제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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