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용후 배터리’ 해상 운송 길 열린다…정부 첫 연구용역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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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성이 있는 위험물로 구분해 해상 운송이 어려웠던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처음으로 마련된다.
그동안 골칫거리로 취급됐던 사용후 배터리 해상 운송에 대한 안전 기준이 제시되면서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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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위험’ 탓에 선주들 해상 운송 기피 현상
연내 가이드 배포…위험물 고지 기준 등 담겨
“정부 기준 제시로 재활용 산업 활성화 기대”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폭발성이 있는 위험물로 구분해 해상 운송이 어려웠던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처음으로 마련된다. 그동안 골칫거리로 취급됐던 사용후 배터리 해상 운송에 대한 안전 기준이 제시되면서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사용후 배터리 해상 운송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용역’을 이달 7일 발주했다. 사업 수행은 한국해사위험물검사원이 맡는다. 이번 연구용역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추진됐다. 정부는 핵심 광물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용후 배터리 관련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는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부여하는 국제해상위험물규칙(IMDG)에 따라 위험물질(Class 9)로 분류된다. 배터리를 항공이나 해상 또는 육상으로 운송하려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시험요약서 등을 의무 제출해야 한다. 다만, 국내 운송은 의무 사항이 아니며 일부 과정을 생략할 수 있도록 기준을 다소 완화했다.
그럼에도 선주들의 거부감은 컸다. 새 배터리는 비교적 안전하게 포장돼 해상 운송을 거부하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문제는 사용후 배터리이다. 사용후 배터리는 오랜 기간 충·방전을 반복하며 충격에 약하고 변형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운송을 위해 제품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전극이 접촉돼 쇼트가 나고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 이 탓에 선주들이 거부할 경우 해상 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실제 전기차가 활성화된 제주도는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주도 내에서 수집한 사용후 배터리는 재활용하거나 육지로 이송해야 하지만, 도내 재활용 업체가 없고 육지로 이송 시 화재나 폭발 위험이 있어 제주테크노파크에 보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제주테크노파크에 보관 중인 사용후 배터리는 재제조·재사용 181대, 재활용 100대 등 총 281대에 달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내·외 해상 운송 규정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주들의 두려움과 불안감이 커 관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사용후 배터리를 좀 더 안전하게 운송할 방법을 연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는 사용후 배터리 포장 용기 기준과 위험물 표기 방법, 화재 발생 시 대처 방안을 비롯해 선주에게 사전에 고지할 목록 등이 일목요연하게 담길 예정이다. 가이드 마련에는 약 6개월이 소요되며 연내 배포가 가능할 것으로 해수부는 예상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사용후 배터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30년 70조원, 2050년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사용후 배터리에서는 니켈·리튬·코발트와 같은 주요 원자재를 추출할 수 있어 중요한 광물 자원으로도 인식된다.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면 공급망 자국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국내 대표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성일하이텍(365340) 관계자는 “그동안 화재 위험 탓에 선사에서 사용후 배터리 운송을 거부하거나 운송비, 보험료 등을 높게 책정해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운송 효율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서 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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