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하시 실물경제 개선 기대되지만 자산가격 상승·부채 증가 우려”
한국은행은 금융권 가계대출이 당분간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겠으나 앞으로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가계대출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글로벌 실물경제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다시 오르고 부채도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근원물가(식품·에너지 제외)가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는 등 물가 안정기로 재진입하는 모습이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은은 중동지역 리스크 불확실성에 따른 공급 충격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과 여전히 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올 상반기 중 정책기조가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은은 또 금융권 가계대출이 당분간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완만한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해 금융권 가계대출이 11조5000억원 증가해 연간 증가율이 0.7%에 그쳤다고 했다. 이는 2022년을 제외하고 관련 통계 집계(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규모는 주택매매 거래량이 과거 평균보다 낮은데도 예년과 비슷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위험도 주목했다. 부동산 시장의 경기 부진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및 이에 기반한 유동화증권 부실화를 통해 관련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과 유동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상승 등도 유의해야 한다고 봤다. 한은은 그러면서도 “개별 부문의 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고 했다.
한은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시장 변동성 확대에 주의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한은은 예상치 못한 급격한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연준이 정책금리를 중립적인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금리가 떨어지면 글로벌 금융여건이 완화돼 실물경제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외환시장 변동성이 줄어드는 등 통화정책이 국내 여건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은 그러나 고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급등을 경험했던 경제주체들이 다시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부총재보는 “연준의 정책기조 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효과도 있지만 진전되고 있는 물가 상승 둔화세와 부채 감소에 대한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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