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진단용 MRI‧CT ‘기준’ 세계 최초 개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안정성과 균질성 뛰어난 표준물질 개발
체내 지방 측정 정확성 높일 수 있어

지방간 진단의 정확성을 높여줄 의료영상기기용 표준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MRI(자기공명영상)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에 활용해 체내 지방 측정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표준물질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의료영상기기용 표준물질은 물과 지방을 혼합해 만든 유화 표준물질로, 지방간 진단 등에 사용된다.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 중인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상용표준물질 개발보급사업과 KRISS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메트롤로지아(Metrologia)’에 최근 게재됐다.

MRI‧CT 등의 의료영상기기는 절개가 필요한 조직검사와 달리 비침습(비절개) 방식으로 체내 지방량을 평가할 수 있어 지방간 등 만성질환 진단에 활용도가 높다.

문제는 의료영상기기의 지방 측정값이 병원별‧제조사별‧모델별로 제각각임에도 이를 보정할 기준이 없어 의사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신약 개발의 필수절차인 다기관 임상시험과 여러 장비의 측정값을 수집해야 하는 빅데이터 연구 등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의료영상기기의 성능을 대조하기 위해 체내 지방을 모사한 일부 제품이 사용되고 있지만 정량적인 측정값을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공 계면활성제를 비롯한 10여 종의 첨가물이 들어가 안정성이 떨어지고 객관적인 검증 절차도 부재한 게 주된 원인이다.

이에 따라 KRISS는 ▲의료융합측정그룹 ▲유기측정그룹 ▲나노바이오측정그룹이 참여하는 공동연구팀을 구성해 화학적 수분측정기술과 집속초음파 장비를 이용한 유화기술을 의료영상 분야에 접목했다.

그 결과, 측정값에 영향을 주는 계면활성제 등 첨가물을 넣지 않아 물질의 지방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고 안정성과 균질성이 뛰어난 표준물질이 개발됐다.

이번에 개발한 표준물질은 각 의료기관에 보급돼 의료영상기기 측정값의 유효성을 평가하고 진단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비만 치료제 등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서 측정 데이터의 기준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표준물질의 유효성 시험을 지원한 김동욱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향후 임상시험과 환자별 질환 진단에 이번 표준물질을 사용해 더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데이터를 획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