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초상 모신 ‘안성 봉업사지’ 국가 사적 승격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있는 고려시대 진전사찰(왕의 초상을 봉안한 사찰)인 ‘안성 봉업사지’ 전경. 안성시 제공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있는 고려시대 진전사찰(왕의 초상을 봉안한 사찰)인 ‘안성 봉업사지’가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승격 지정된다.

안성시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봉업사지 현지조사 등을 거쳐 지난 13일 문화재위원회 사적 지정 검토심의를 통과했다고 14일 밝혔다. 안성 봉업사지는 고려시대 태조 왕건의 어진을 모셨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진전사찰이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3년 경기도 기념물로 지정됐으며, 2009년과 2019년 두 차례 사적 지정 신청을 했으나, 추가 발굴조사 필요 등의 이유로 보류됐다.

이에 시는 봉업사지의 역사적, 고고학적 가치를 조명하기 위한 지속적인 발굴조사를 벌여왔다. 그 결과 남한에서 유일하게 고고학적으로 규명된 고려시대 진전사찰로서 그 보존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이번에 사적 승격이라는 결실을 보게 됐다.

‘안성 봉업사지’ 내 태조 왕건의 어진을 모신 진전영역 전경. 안성시 제공

현재까지의 발굴조사를 통해 봉업사지의 중심사역이 1탑 1금당 양식임이 밝혀졌다. 태조 왕건의 어진을 모신 진전영역은 중심사역에서 떨어져 별원형식으로 배치됐음이 확인됐다. 진전영역은 중심 건물지와 중정 주변으로 회랑건물을 배치해 고려시대 왕실 건축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다. 이런 계획적 배치양식과 출토 명문기와를 통해 봉업사는 광종 시기(949-975년)왕권의 정통성을 부각하기 위해 대규모로 중창된 사원임이 밝혀졌다.

안성 봉업사지는 30일간의 지정 예고기간을 거쳐 최종심의 뒤 지정·고시된다. 시는 봉업사지의 체계적 정비와 활용을 위한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인근 죽주산성 및 죽산면 불교문화유산과 연계한 안성시의 주요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