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장 측근 증언 모순?…판사 셋 폭풍 질문, 드문 풍경

경남CBS 이형탁 기자 2024. 3. 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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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형사1부
재판부 판사 3명 전부 증인 신문
거제시장 측근 증인 억울함 호소
오는 5월 22일 오전 11시 30분 5차 공판
박종우 거제시장 측근 박모(사진 왼쪽)씨가 2022년 1월 거제 모처에서 서일준 의원실 직원 A씨 부친으로부터 200만 원을 받고 있는 장면. 독자 제공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의 선거 운동을 돕다가 금품 제공으로 피고인으로서 유죄를 확정받은 측근 박모(30대)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했지만 재판부는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보통 증인 신문은 검사 측과 피고인 측을 제외하면 재판장이나 주심 판사 정도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박 씨의 증언에 모순점이 많아서인지 판사 3명 모두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졌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민달기, 우배석 김창용, 좌배석 강영선)는 지난 1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서일준 국회의원실 전직 직원 A(30대)씨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거제시장 당선을 위해 박종우 거제시장 측근이자 연인이었던 박 씨에게 SNS 홍보와 입당원서 제공 등의 대가로 3회에 걸쳐 1200만 원(300만원, 500만원, 4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한 인물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 박 씨를 직권으로 소환해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박 씨는 지난 2022년 6.1 거제시장 지방선거를 앞둔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박 시장 당선과 자신의 취업 등 유형적 이득을 위해 A씨에게 SNS 홍보 활동 등의 대가로 3회에 걸쳐 1200만 원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검찰과 함께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된 인물이다.

항소심 재판부에선 지난해부터 박 씨를 증인 신문을 하려 했지만 박 씨의 법정 불출석과 기일 변경 등에 따라 수개월 만에 이날 증인 신문 절차가 진행됐다. 이미 형이 확정된 인물을 증인으로 법원이 직권으로 소환한 배경엔 수사 기관에서부터 1심 법원까지 박 씨의 진술 등에서 의구심이 들어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증인 신문 결과 항소심 재판부는 의구심 해소가 아닌 의심이 더 증가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민달기 재판장은 증인에게 "거짓말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는다는 걸 분명히 얘기했다. 증인은 A씨와 언제부터 사귀게 됐나"라고 물었다. 박 씨는 이에 "2021년 7월 300만 원을 줄 때쯤부터 사귀었고 2~3개월 전에 같이 여행을 가면서 호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답했다.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 1심 판결문에 담긴 녹취록 일부. 판결문 일부 캡처


그러자 좌배석이자 주심인 강영선 판사는 박 씨와 A씨 등이 함께 여행을 간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은 2021년 7월 17일로 돼있는데 이미 7월초 중식당에서 박종우와 셋이서 만난 이후인데 조금 시점이 다른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박 씨는 이에 "제가 정신과에도 다녔고 친구하고 통화할 때도 기억에 없는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강 판사는 또 2022년 1월 A씨가 받았다는 200만 원을 A씨의 부친이 돌려주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에 대해 박 씨가 "약을 복용해서 드문드문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증언하자 "둘의 녹취록을 보면 누구라도 증인이 판단력이 흐려져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며 "많은 대화를 하고 증인은 방어할 거는 방어하고 그러는 게 보인다. 녹취록을 읽어봤을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박 씨가 "읽어보지는 않았다"고 답하자 강 판사는 "굉장히 중요한 자료인데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라며 법정에서 녹취록을 보여주며 대략 10분 정도 박 씨가 읽도록 했다.

강 판사는 박 씨가 녹취록을 다 읽고 난 뒤에 "녹취록 보면 삼촌, 그러니까 박종우와 상의를 해봐야 할 거 같다고 (증인이) 그렇게 얘기한다. A씨 부친이 돈을 준 거 깔끔하게 정리하자고 하니까"라며 "왜 증인은 가족에게서 빌린 돈을 가지고 박종우랑 관계가 없는 일인데 상의를 해봐야 한다고 한 건가?"라고 물었다. 박 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자칭 고모라 부르는 무속인에게서 300만 원을 빌렸고, 어머니에게서 1천만 원을 구해서 1200만 원은 A씨에게 제공했고 100만 원은 A씨 사촌에게 줬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판사의 물음이었다.

박 씨는 이에 "자꾸 박종우, 박종우 하니까 답한 것이고 빨리 이 통화를 넘기고 싶었다"고 대답하자 강 판사는 "A씨 부친은 증인의 어머니가 (돈을 빌려준 것을) 모르는 것이잖아?"라고 재차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박 씨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 '예 맞다, 맞다' 라고 한 것"이라며 "그런 오해가 있을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답했다.

강 판사는 이어 "어째서 오해지? 증인은 박종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증인이 '500만 원을 받아서 그대로 줬는데'라고 하는 그 말을 듣는 상대방(A씨부친)은 증인이 박종우에게 500만 원을 받아서 그대로 줬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박 씨는 "그렇게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답했다.

이형탁 기자


재판장과 주심 판사의 질문이 끝나자 우배석 김창용 판사도 증인 신문을 이어나갔다. 김 판사는 "선거 관련해서 박종우가 당선되면 직책 부여받거나 기타 약정한 적 있나?"라고 물었다. 박 씨는 "제가 일하는 곳이 온전치 못한 곳이었는데 당선되거나 안 되어도 취직 자리를 바랐던 게 있었다"고 답했다.

김 판사는 이어 "그런 게 증인 내심의 의사였다면 증인 본인이 모친이나 고모(무속인)로부터 빌린 돈으로 SNS 홍보에 사용하는 걸 어필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물었고, 박 씨는 "제가 그런 부분을 (박종우에게) 말도 못할 뿐더러 A씨와 연인 사이의 (감정이) 더 강했다"고 답했다.

김 판사는 또 "증인이 박종우를 위해서 가족들에게 돈을 차용해서 A씨에게 지급을 한 건데 그 노력한 것을 박종우가 모르면 물거품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묻자 박 씨는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다"고 답했다. 김 판사는 "박종우는 증인이 직접 본인 돈을 쓴 걸로 SNS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몰랐나?"라고 물으니 박 씨는 "네, 제가 조사받고 그때부터 박종우는 알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판사들의 이 같은 질문이 끝난 뒤 검사는 마지막으로 "증인은 박종우가 출처라고 해도 200만 원이면 소규모 사건이 되는 거고, 금액을 크게 말하면 더 처벌받을 수도 있어 후보자와 증인이 불리한데 왜 (큰 금액인) 1300만 원이라 진술했나?라고 물었다. 박 씨는 "제가 처음으로 검찰에 끌려가서 감옥에도 갔었다. 제 인생이 망가졌다. 선거를 제가 알겠나. 제가 거짓말을 왜 하겠나. 솔직히 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울먹거리며 법정을 퇴장했다.

A씨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판사들이 이 사건 기록을 전부 읽고 들어온 느낌"이라며 "다 알고 질문하는 것처럼 보인다. 합의부 판사 3명 다 질문하는 건 흔치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한 판사는 "판사가 3명이 전부 증인 신문을 하는 건 빈번하지 않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5월 22일 오전 11시 30분 이곳에서 5차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재판에서는 A씨를 비롯해 1심에서 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무죄를 선고받은 거제시장 비서실장 김모(30대)씨와 1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다 유죄를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말을 뒤집은 거제시의회 공무원 류모(30대)씨의 재판이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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