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시대 악기로 연주하는 ‘마태 수난곡’은 어떤 느낌일까?

바로크 음악의 유산이자 교회 음악의 정수로 평가받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마태 수난곡’이 원전 연주로 울려 퍼진다. ‘수난곡(Passion)’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이야기를 묘사한 극적인 음악을 뜻한다. 원전 연주는 옛날 작곡되었던 시대의 악기나 그것을 복제한 악기를 사용하여 당대의 조율법 등 관습에 충실한 연주 방식으로 ‘시대연주’라고도 한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롯데콘서트홀 제공

14일 공연계에 따르면,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시대악기 앙상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다음 달 3일(롯데콘서트홀)과 5일(통영국제음악당), 7일(LG아트센터 서울) ‘마태 수난곡’을 들려주는 내한 무대에 선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오늘날 원전 연주를 선도하는 앙상블 중 하나로 1987년 프라이부르크 음악대학 출신 학생들이 창단했다. 바로크 음악의 전통을 부활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세실리아 베르나르디니와 고트프리트 폰 데어 골츠가 예술감독으로 앙상블을 이끌며 시대 연주 관행에 따라 보통 지휘자 없이 공연하지만, 오페라나 대규모 오케스트라 작품을 연주할 때 사이먼 래틀 등 세계적 지휘자들과 협업하기도 한다.

‘마태 수난곡’은 성 금요일 예배를 위해 유월절 전례 기간에 맞춰 특별히 작곡된 오라토리오로, 바흐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여정과 그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장엄한 합창과 서정적인 아리아로 그려냈다. 그가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칸토르(음악감독)로 재직할 때 마태복음 26장과 27장을 바탕으로 그의 음악적 역량을 쏟아내 1727년 완성한 3시간이 넘는 대작이다.

하프시코드 연주자 겸 지휘자 프란체스코 코르티. 롯데콘서트홀 제공

1729년 성 금요일인 4월15일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됐지만 당시 별로 주목받지 못한 채 잊혀져갔다. 그러다 100년이 지난 1829년 3월 멘델스존(1809∼1847)이 대규모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무대에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위스 취리히 징-아카데미 합창단. 롯데콘서트홀 제공

이중합창 구조로 지휘자 양쪽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각각 자리한다. 이번 공연에서 합창은 스위스 취리히 징-아카데미 합창단과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함께한다. 알토 역에는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가, 복음사가 역에는 테너 막시밀리안 슈미트, 예수 역에는 바리톤 야니크 데부스 등이 참여한다. 지휘는 2006년 독일 라이프치히 바흐 국제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하프시코드 연주자 겸 지휘자인 프란체스코 코르티(40)가 맡는다. 그는 별도의 포디엄 없이 중앙에서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며 두 개로 나뉘어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