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린 가스 테러' 옴진리교 수장 유골 유족에 인도된다…日법원 명령

도쿄지법 "국가가 유골 보관하면 개인의 재산권 제약할 우려 있어"
'유골 악용될 수 있다는 국가 측 주장 이해하지만 법적 근거 없어'

일본 도쿄지방법원의 모습. (출처 : 일본 재판부 누리집) 2024.03.14/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일본 도쿄 지방법원이 옴진리교의 전 대표이자 2018년 사형된 아사하라 쇼코(본명 마쓰모토 치즈오)의 유골과 머리카락을 그의 딸에게 인도하라고 13일 판결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국가 측은 사린 가스 테러를 자행한 옴진리교의 후속 단체 신자들이 그의 유골 등을 두고 분쟁할 가능성이 있어 공공 안전을 위협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추상적인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며 둘째 딸의 손을 들어줬다.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일본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의 1990년 모습이다. 옴진리교는 1995년 도쿄 도심 지하철 내에서 출근길 승객들에게 사린가스를 뿌려 13명을 숨지게 했으며, 사형 선고를 받았던 아사하라는 6일(현지시간) 사형이 집행됐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마쓰모토 전 사형수는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를 주동한 혐의로, 2018년 7월 형 집행됐다. 시신은 화장돼 유골과 머리카락을 국가 측이 보관해 왔다.

그의 유골과 머리카락의 소유권을 두고 유족들은 법정 다툼을 벌였고, 둘째 딸이 2021년 7월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 격) 판결로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국가 측이 인도 절차에 응하지 않으며 둘째 딸이 2022년 10월 국가를 상대로 재판을 일으킨 것이다.

국가 측은 소송에서 교단 후계단체가 지금도 마쓰모토 전 사형수를 숭배 대상으로 보고 있고, 둘째 딸은 유골과 머리카락을 인도받은 후 어떻게 간수할 것인지 밝히지 않아 적절히 보관하리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가가 유골과 머리카락을 보관하는 근거가 되는 형사수용시설법에는 국가가 주장하는 공공 안전을 이유로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유골과 머리카락 보관하는 일은 개인의 재산권을 제약하므로 국가 측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마쓰모토 전 사형수의 유골과 머리카락을 인도받으려는 둘째 딸의 악의적 의도성에 대해서도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둘째 딸이 옴진리교 후계 단체와 관계가 있는 점, 유골과 머리카락을 악용할 의도가 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단 유골과 머리카락이 다른 이에게 전달돼 공공 안전에 해가 될 경우, 그 영향이 막대할 것이므로, 인도를 거부한 국가 측의 정책 판단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이에 대한 해결은 사법부가 아닌 입법부가 맡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확정판결 전까지는 국가가 둘째 딸에게 유골과 머리카락을 인도할 의무는 없다. 법무성은 "판결 내용을 충분히 정밀 조사하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