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상반기 금리인하 쉽지않아…집값하락시 취약차주 신용위험↑"
한국은행이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 섣부르게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것이 자칫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가계대출은 당분간 낮은 증가세를 유지하며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완만하게나마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우리나라 가계는 자산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터라 고금리 속 주택가격 하락이 상환능력이 충분하지 않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차주들의 신용위험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밝혔듯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한단 정책에 대한 방향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며 "2월 경제전망에 기반해 보면 상반기 중 금리인하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과 관련해선 "오는 5월 발표될 경제전망에 기반해 판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물가가 추세적으로 둔화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렇다고 물가와의 전쟁을 끝내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물가수준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3%대 후반에 머물러 있고 향후 1년 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중도 과거보다 낮은 상황이다.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자칫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 및 위험쏠림 신호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은은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점차 둔화돼 올해 말에는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물가안정기 진입의 마지막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코로나19(COVID-19) 이후 동조화 흐름을 이어왔던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차츰 차별화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중심으로 글로벌 긴축 정도가 완화할 경우 외환부문 우려가 줄어들면서 통화정책을 대내여건에 집중해 펼 여지가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한은은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전환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및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을 저해할 가능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고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급등을 경험했던 경제주체들이 물가 및 자산가격 상승 기대를 재형성할 가능성이 있을뿐 아니라 국내에서 부채의 디레버리징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소지도 있다"고 경계했다.
한편 한은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당분간 낮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 등 정책금융 공급규모를 지난해(59조5000억원)보다 적은 40조원 내외로 관리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 측면에서도 가계대출 급증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완화 등 영향은 이어지겠지만 지난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새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혼합형 금리로 만기 30년 주담대를 받으면(스트레스금리 1.5%, 변동주기 5년 가정) 대출 한도가 기존 3억30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3억2000만원, 하반기 3억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내년부터는 3억원으로 감소한다.
한은은 "가계대출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금융권 가계대출은 당분간 낮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완만하게나마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과 관련한 금융부문 위험은 경계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이 부동산PF 대출 및 이에 기반한 유동화증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간 PF 대출을 크게 늘려온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자산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고금리 속 부동산시장 부진은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가계의 자금조달이 주로 부동산 담보를 통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주택가격 하락은 상환능력이 충분치 않은 주담대 차주 등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한은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 위험의 시스템 리스크 발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부실 규모가 크지 않고 과거에 비해 금융기관 및 당국의 대응 능력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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