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안정 확신 못해…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

김회승 기자 2024. 3. 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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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으며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물가가 목표 수준(연 2%)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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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신용정책 보고서 국회 제출
“기대 인플레 여전히 높은 수준”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으며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6월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전망이 나오지만, 한은은 국내 기준금리의 상반기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섣불리 긴축 기조를 완화할 경우 물가 안정기에 안착하지 못하고 부채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나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근원물가(식품·에너지 제외)가 기조적으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는 등 우리 경제가 물가 안정기로 재진입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물가가 목표 수준(연 2%)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기준금리 수준을 지난해 1월 이후 연 3.50%로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물가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일반인의 ‘물가 기대’ 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한은 판단이다. 지난 2월 기준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기대인플레이션율)은 3.0%로, 한은의 물가 목표 수준(2%)보다 높은 상태다. 특히 일반인의 물가 수준에 대한 인식(소비자가 지난 1년간 주관적으로 체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에 이른다.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으나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일러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조적 물가 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로 수렴하는 단계로 판단하기에도 이르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변동성이 큰 국제 원자재 가격의 특성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유가 상승 등 추가적인 공급 충격으로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간 간극이 더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1년 넘게 누적된 물가 상승과 그에 따른 비용 압력도 물가 불안의 변수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 안정기로 보려면 기대인플레이션과 특정 품목의 물가 전이효과 등이 모두 안정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 결정권자인 소비자의 물가 인식(심리)이 안정되어야 실측 물가도 안정된다는 얘기다. 최근 과일 등 일부 농산물값 급등에 대해서는 “미국의 휘발유값처럼 국내 소비자는 농산물 등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물가 안정화 흐름을 흐트러뜨릴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미 금융권 대출과 회사채, 주식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이 원활한 흐름을 보이며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선반영되고 있다”며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과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지연, 중단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올 연말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물가 불안 변수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 정책 기조의 전환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정책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와 위험 쏠림 신호를 제공할 위험에 유념해,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한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금리인하 여부와 시점은) 5월에 경제 전망을 다시 해서 하반기에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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