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요구보다 임금 더 올려줬다”…근로자 춤추게 한 ‘이 나라’, 요즘 무슨 일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4. 3. 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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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춘계 노사 임금 협상
전년 대비 5% 이상 오를 듯
일본은행, 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물가상승 선순환 주목
마이너스 금리 해제 초읽기

일본은행이 오는 18~19일 양일간 금융정책결정회합을 통해 ‘마이너스 금리’ 해제 여부를 논의한다. 최근 훈풍이 부는 일본경제가 금리 정상화로 방향을 틀 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일은이 주요하게 보겠다고 선언한 지표인 임금인상이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30년 만의 최대 임금인상 예상
4년 연속 노조 요구를 전액 수용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지은 도요타 [연합뉴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주요 제조 대기업의 80% 가량이 노동조합 측이 내건 임금 인상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그 이상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환산할 경우 전년 대비 5% 이상의 상승률이 예상된다. 이는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 춘계 노사 협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전날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에 답변한 52개 대기업 제조사 가운데 86.5%가 노조 요구를 전액 수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의 평균 임금인상액은 1만4780엔(약 13만원)으로 지난해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도요타의 경우 4년 연속으로 노조 요구를 전액 수용했으며, 일본제철은 노조 요구보다 5000엔을 더해 3만5000엔을 올려주기로 했다. 정기 승급분을 포함한 임금 인상률은 14.2%에 달한다.

올해 춘계 노사협상에서 임금을 대폭 올린 외식 프랜차이즈 오쇼푸드서비스 [오쇼푸드서비스]
제조업 뿐 아니라 인력 부족이 심각한 외식서비스업체들도 임금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교자 프랜차이즈 업체인 오쇼푸드서비스의 경우 11.5%, 외식 업체 젠쇼홀딩스의 인상률도 12.2%에 달했다.

올해의 경우 정기 임금 협상 기간에 앞서 협상을 마무리한 곳이 많다. 산토리HD와 혼다, 이온리테일 등이 지난달 이미 높은 수준으로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현재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소속 노조가 제시한 평균 임금인상률은 5.85%이다. 렌고는 전 산업 인상률 전망치를 3.85%로 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4.6%, 닛세이기초연구소는 평균 5%로 전망중이다.

일은, 18일부터 금리정책 논의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노사 임금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은행은 오는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합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 여부를 논의한다. 일본은 그동안 춘계 노사 교섭을 금리 정책 결정에 있어서 주요한 포인트라고 평가해왔다.

올해 임금인상률이 지난해를 웃돌 경우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선순환으로 연결되면 2%의 물가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은 2016년 2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해 금융기관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의 일부에 마이너스 0.1%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해제할 경우 일본은행에 있어서는 2007년 2월 이래 17년 만의 사실상 금리 인상이 된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해제와 함께 장단기 금리 조작(YCC) 정책 철폐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장기 금리의 상한 목표를 1%로 하고 있다. 일은은 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YCC를 철폐한 뒤에도 일정 규모의 국채 매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닛케이지수 [연합뉴스]
여기에 2010년부터 시작한 상장투자신탁(ETF)과 부동산투자신탁(REIT) 등 위험자산 매입도 마무리할 전망이다. 다만 ETF의 경우 닛케이지수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에서 30조엔이 넘는 차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행이 도쿄 증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ETF 규모를 줄어갈 것인지에 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임금 인상과 관련된 노사 협상 결과를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에 (금리 정책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2% 상승을 기록해 22개월 연속 2% 이상 상승을 이어 나갔다.

상승 요인 가운데 절반이 인건비 영향을 받기 쉬운 서비스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다.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물가에 반영되는 선순환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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