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제 포퓰리즘' 트럼프 잡는다

박진형 2024. 3. 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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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로 등돌린 집토끼에 구애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 하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임기 마지막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2024.03.14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경제 분야에서 노동자와 중간층·저소득층을 겨냥한 '경제 포퓰리즘'을 무기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재임 기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타격을 받은 미 국민, 특히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등돌린 히스패닉 유권자층 등의 표심을 다시 잡겠다는 전략이다.

13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국정연설 등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경제 포퓰리즘을 앞세우겠다는 뜻을 뚜렷이 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간층을 지원하는 '미들-아웃'(middle-out) 경제정책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유층을 위한 낙수효과 경제정책 간의 선택이라는 프레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복안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된 입법 성과는 기업과 최고 부유층에 가장 많은 혜택을 안겨준 대규모 감세였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또 저소득층 미국인의 건강 보장 혜택을 상당히 늘린 건강보험개혁법(ACA·Affordable Care Act·일명 오바마케어) 폐지를 시도하는 등 환경부터 소비자 보호까지 일관되게 기업 이익 편에 섰다고 CNN은 평가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노년층을 위해 약품·인슐린 가격을 낮추는 등 건강보험 혜택을 늘렸으며, 아이를 둔 가정에 대한 감세 혜택으로 빈곤 아동 비율을 절반으로 낮췄다.

반독점 입법을 근래 어느 행정부보다 강력하게 추진했고 대기업에 15%의 최저실효세율을 적용하는 법을 제정했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으로 반도체·청정에너지 등 미국 내 생산을 지원했으며, 인프라법으로 건설업을 살려 제조업·건설업 분야에서 160만개 가까운 블루칼라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때는 미국 대통령 중 최초로 노조 파업 현장을 찾아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자동차노조 파업 시위에 동참한 바이든 대통령 2023년 9월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 밴뷰런 타운십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현장을 찾아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노조 파업 시위에 동참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이다. 2024.3.14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상대로 전통적인 포퓰리즘을 내세울 밑천이 두툼하지만,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물가 상승률은 고점에 비하면 많이 가라앉았지만, 물가 수준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평균 약 18% 오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봄부터 임금 상승 속도가 물가 상승 속도를 앞질렀으나, 바이든 대통령 임기 동안의 누적 임금 상승분은 아직 누적 물가 상승분에 못 미치는 가운데 많은 노동자가 먹고살기 어려워졌다고 체감한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대체로 지금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말기에 자신이 돈이 더 많았다고 느낀다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 포퓰리즘을 통해 가장 먼저 겨냥하는 유권자층에서도 상당히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CNBC 여론조사에서 '어느 대통령 때가 경제적으로 더 나았느냐'는 문항에 백인 유권자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한 응답자가 바이든 대통령을 고른 사람의 4배 이상에 달했다.

가장 최근 NBC 뉴스 여론조사에서도 저소득 노동계층 대상으로 '경제와 관련해 어느 후보를 더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고른 응답자가 61%로 바이든 대통령(25%)을 압도했다.

바이든 캠프 입장에서 이런 문제는 히스패닉 유권자층에서 특히 심각하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히스패닉 유권자 표의 약 60%를 가져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뉴욕타임스(NYT)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이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히스패닉 응답자가 바이든 대통령 정책의 혜택을 받았다는 히스패닉 응답자의 두 배 가까이에 이르렀다.

또 최근 CBS 뉴스 여론조사에서는 히스패닉 유권자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 같은 사람들을 위해 싸운다고 응답한 비율이 바이든 대통령을 고른 비율과 동률을 이뤘다.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 비해 바이든 대통령 임기 하 경제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바이든 대통령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이에 바이든 캠프는 과거 평가보다 향후 바이든 2기의 비전을 강조함으로써 극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연설과 지난 11일 내놓은 연방정부 세입 구상을 통해 강력한 부자 증세를 내놓는 등 경제 포퓰리즘 계획을 통해 이런 정책 방향에 속도를 내고 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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