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공격 억제해달라"…미국-이란, 비밀회담 했다

김희정 기자 2024. 3. 14. 1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월 간접 외교채널 가동… 2차 회담은 가자지구 정전 논의에 연기돼
미군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흑백사진에 지난 6일(현지시각) 아덴만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MV 트루 컨피던스호'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미군은 예멘 후티 반군이 트루 컨피던스호를 대함 탄도 미사일로 공격해 선원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이 홍해 일대 민간 선박 공격을 시작한 이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을 중단하기 위해 이란과 비밀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로 예정됐던 2차 회담은 미국이 가자지구의 정전 협상에 집중하면서 불발됐다. 이런 가운데 후티 반군은 치사율이 높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군사 무기고에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양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지난 1일 오만에서 10개월 만에 이란과의 비밀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홍해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을 중단하기 위해 이란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설득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논의했다.

미국 대표단은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고문과 에이브럼 페일리 이란 특사가 이끌었다. 이란 측 대표로는 외무부 차관 알리 바게리 카니가 참석했다. 미-이란 대표단이 직접 대화를 나누는 대신 오만 관리들이 이란과 미국 대표 사이를 오가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간접 외교채널이 가동됐다.

지난 12일 (현지시간) 중국·러시아·이란 해군이 오만 만 인근에서 진행된 '해상 안보 벨트-2024' 합동훈련에 참가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이란 간 2차 비밀 회동은 당초 2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맥거크가 가자지구 전쟁을 중단하고 억류된 인질을 석방하는 협상에 집중하면서 연기됐다고 FT는 전했다. 지난해 5월 미국과 이란 간 마지막 회담 역시 이른바 '근접 회담'(proximity talks)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7일 공격 이후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는 매일 이스라엘과 국경을 넘나드는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이란 북부 예멘을 장악하고 있는 후티 반군은 상선과 미 해군 함정 등 수십 척의 선박을 공격했다. 이란과 연계된 이라크 민병대도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미군을 향해 수십 대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이 후티 반군에게 드론, 미사일, 정보를 제공해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거듭 비난해왔다. 그러나 이란은 후티 반군을 정치적으로 지원해왔으나, 반군의 무력 시위는 이란과 무관한 독립적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이란 관리는 FT에 "이란은 (후티 반군에 대해) 일종의 영적인 영향력만 갖고 있다. 후티 반군에게 지시할 수는 없지만 협상하고 대화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일(현지시간) 예멘 사나에서 후티 반군이 주최한 집회에 모인 사람들이 가자지구 연대 시위를 열고 있다. /로이터=뉴스1

그러나 요르단-시리아 국경의 미군 기지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한 후 지역 내 긴장을 완화하려는 이란의 징후가 포착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격의 배후에 책임을 묻겠다고 하자 이란은 시리아에서 정예 혁명수비대 고위 사령관들을 철수시켰다. 며칠 후인 2월 2일 미군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란 연계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그 이틀 후인 4일 이후로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은 없었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이 이라크 민병대를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FT에 말했다. 해외작전을 담당하는 이란 경비대인 쿠드스군 사령관 에스마일 가니 준장이 지난달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 이라크 민병대에 "미국이 이란과 연계시키지 않을 방식으로 군사 행동을 관리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사람들이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불에 탄 차량 주변에 모여 있다. 미군은 바그다드에서 친이란 무장단체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습으로 이 단체 지휘관을 사살했다고 전했다. 이 공습은 1월 27일 요르단 주둔 미군기지 '타워 22'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이란의 궁극적 목표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군을 몰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 역시 당장 미국 및 이스라엘과 전면전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후티 반군은 미국과 영국의 대응공격에도 선박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행동만으론 후티 반군을 저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란이 반군 활동을 억제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중이다.

한편 러시아 통신사 리아 노보스티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최근 치사율이 높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이를 군사 무기고에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소식통은 "후티 반군의 미사일 부대는 마하 8(시속 1만㎞) 속도에 도달할 수 있고 고체연료로 작동할 수 있는 미사일을 테스트했다"며 "실제 공격에 사용할 수 있게 미사일 제조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