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로 인한 '역설적 정상화', 의협 "정부가 방관…부끄럽지 않나"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포렌식 조사 참관을 하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2024.03.14. mangusta@newsis.com /사진=김선웅

"정부는 그동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방관하고서는 비상진료체계를 통해 정상 의료전달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을 부끄럽지도 않게 하고 있는 것입니까?"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면서 "비상시국이 되어야만 정상화되는 황당한 의료 시스템을 만든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주 위원장은 "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빠져나가자 3차 병원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사라지고, 진짜 응급환자들만 응급실을 찾는 정상 의료전달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도 전날 브리핑에서 비상진료체계 가동 이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이 완화되고 환자 중증도에 적합한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는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 상황은 그동안 우리의 의료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동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방관한 것"이라고 '책임론'을 부각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70세 이상 '시니어 의사' 시범사업을 통해 지방 등 의료취약지의 수요를 해결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가 밝혔듯 의사의 은퇴 연령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러면서 2035년 70세 이상 의사 수가 3만 2000명이라며 마치 이 나이는 은퇴해 현업에 종사하지 않는 것처럼 묘사한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시행 중인 비대면 진료는 "정상적으로 진료하고 있던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 확대와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증 질환 비대면 진료 증가가 수련병원 의료 공백 사태 해결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이번 사태를 이용해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를 관철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주 위원장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며 "전날 전공의협의회가 ILO에 긴급 개입 요청 서한을 발송하는 등 대화와 타협으로 풀 수도 있었던 문제를 사법부와 국제기구의 판단에 맡기게 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은 바로 불통으로 일관해 온 정부에 있다"며 대화와 타협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주 위원장은 전날 음주운전 사망 사고 전력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었다. 이날 오전 휴대전화 포렌식 참관을 위해 경찰에 출석한 그는 "제 불찰에 대해 잘못된 과거는 과거고 의료법이나 의사면허 취소법에 대한 제 입장은 별개"라며 "(음주운전 사고와) 현 사태를 연결하는 것 자체가 논란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고인과 그 가족, 국민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에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