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이스라엘 기업은 오지 마’…“가자 군사작전 용납 안 돼”

남미 최대 방산 박람회 참가 불허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7일 칠레 남부 푼타아레나스에서 헌법개정안 국민투표를 하고 있다. 푼타아레나스/AP 연합뉴스

칠레가 자국에서 열리는 라틴아메리카 최대 우주항공전시회에 이스라엘 기업의 참가를 불허해, 칠레와 이스라엘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13일 칠레 정부와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칠레 국방부는 최근 성명을 내어 “다음달 9∼14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아르투로 메리노 베니테스 국제공항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우주전시회(FIDAE)에 이스라엘 업체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성명에서 이스라엘 업체의 배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조처로 보인다. 진보 정치인인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의 보복 작전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가 3만명이 넘어서는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군이 “비례적이지 않은 지나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최근 관련 기자회견에선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스라엘 기업들이 칠레에 와서 무기를 전시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며 일관성도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칠레 국제항공우주전시회는 중남미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우주 항공 관련 방산 박람회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관련 업체들이 대거 참가한다. 이스라엘 기업도 올해 전시회를 앞두고 9곳이 참가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이스라엘 기업은 이번 칠레 정부의 참가 불허 조처에 대해 “칠레 정부의 자의적인 차별”이라며 법원에 제소했다고 현지언론이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도 나섰다. 길 아르첼리 칠레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소셜미디어에 “국방과 안보뿐만 아니라 물 관리, 농업, 보건, 학술 교류, 과학 기술 등 다른 분야에서도 70년 넘게 이어진 양국 관계를 손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칠레 정부는 애초부터 이스라엘의 가자 침략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지난해 10월 말엔 이스라엘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며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국제인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또 지난 1월엔 멕시코와 함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칠레에는 팔레스타인 출신이 50만명으로, 아랍권을 빼고는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