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극상에 카드놀이까지…밑바닥부터 무너진 축구 대표팀

김진엽 기자 2024. 3. 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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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가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 13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아시안컵에 소집됐던 축구 대표팀이 지난 1월3일부터 10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전지훈련 중 일부 선수와 축구협회 직원이 한국에서 가져간 칩을 사용해 카드놀이를 했다.

탁구 논란 당시 선수들은 내분을 겪었고 감독과 코치진은 방관했으며, 축구협회 직원의 일탈까지 더한 혼란의 아시안컵 대표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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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강인 충돌의 대표팀 내분에 이어
전지훈련 중 선수·직원이 돈 걸고 카드놀이
오는 6월 새 감독 선임 전 협회도 쇄신해야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논의를 위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로비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24.02.15.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한국 축구 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가 바람 잘 날이 없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러 잡음으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아시안컵에 소집됐던 축구 대표팀이 지난 1월3일부터 10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전지훈련 중 일부 선수와 축구협회 직원이 한국에서 가져간 칩을 사용해 카드놀이를 했다.

이들은 축구협회가 대회 기간 자유롭게 숙소 내에서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설치한 휴게실에서 칩당 1000원에서 5000원으로 설정하고 카드놀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게임당 가장 크게 진 선수가 잃은 돈은 4만원에서 5만원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축구협회 측은 돈을 걸고 카드놀이를 한 것은 맞지만, 도박성이 아닌 음료값 등을 위한 내기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소집 훈련 중 골대 맞히기 내기 등과 같은 '게임'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도박성 혹은 오락성 등 카드놀이의 성격이나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우승을 외치며 떠난 아시안컵 전지 훈련지에서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걸고 카드놀이'를 한 것은 국민 정서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관련 대한축구협회 경기인 출신 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4.02.13. ks@newsis.com


이미 대표팀과 축구협회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하극상'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탈락했던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을 앞두고, 이른바 탁구 논란 때문에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요르단전 전날 저녁 식사 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젊은 선수들 몇몇이 격하게 탁구를 즐겼고, 식당에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가 있었다.

이에 손흥민(토트넘) 등 베테랑 선수들이 탁구를 과하게 치는 젊은 선수들을 향해 요르단전을 앞두고 있으니 자제하라는 취지로 꾸중했고, 이 과정에서 이강인 등이 대들며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주장' 손흥민에게 하극상을 벌인 이강인 개인의 문제를 넘어, 대표팀의 관리 능력 부재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클린스만 전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다른 업무 때문에 카타르에 갔던 축구협회 직원도 있었다.

탁구 논란 당시 선수들은 내분을 겪었고 감독과 코치진은 방관했으며, 축구협회 직원의 일탈까지 더한 혼란의 아시안컵 대표팀이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며 시민단체로부터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 당하자 서울 종로경찰서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배당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대화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 2024.02.19. kmn@newsis.com


카드놀이 논란 때도 축구협회 직원의 일탈이 있었다.

당시 감독은 꼭 필요한 업무가 아니면 스태프들은 선수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선수들의 생활을 관리해야 하는 축구협회 직원이 이 지침을 어기고 선수 휴게실에 들어가 함께 카드놀이를 했다. 그만큼 대표팀의 행정 시스템이 매뉴얼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축구협회는 "해당 직원은 내부 지침을 위반하는 등 팀장으로서 부적절한 업무 운영을 해 지난달 2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직위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여러 차례 당사자와 주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추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자에 대한 징계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밑바닥부터 무너진 대표팀을 다시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황선홍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3월 A대표팀 및 올림픽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24.03.11. jhope@newsis.com


한국 축구는 오는 21일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3차전을 시작으로 다시 뛴다. 아시안컵 준결승 탈락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린다.

3월 태국과의 2연전은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임시 사령탑 체제로 진행된 후, 6월 A매치부터 정식 감독을 선임해 팀을 재정비할 예정이다.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세우고 그에 맞는 감독을 선임하는 것뿐 아니라, 잡음이 계속되는 대표팀과 축구협회도 그에 맞춰 쇄신해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wlsduq1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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